권익위 “중개알선수수료, 지불 근거규정 만들라”
중개업계 “계약 안 하고 집 투어…악용 사례도”
“서비스 질부터 개선해야” 다양한 목소리 나와
국토부, 6~7월 중 최종안 발표 “권고안은 참고용”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공인중개사를 통해 입주할 집을 둘러볼 때 ‘수고비’를 내는 방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중개수수료를 최대 36%를 낮추는 내용의 권고안을 마련하면서 이에 따른 중개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포함한 내용이다. 국토교통부는 권익위의 권고안을 검토해 6~7월 중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12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권익위는 지난 8일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쳐 ‘주택의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을 국토부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권고했다.
권고안에는 집을 구하는 사람이 매물을 보고난 뒤 계약을 하지 않으면 중개사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중개·알선수수료를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무료였던 ‘집 보여주기’를 유료화하겠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알선 횟수 등을 고려해 실비보상 한도 내에서 중개·알선수수료 지급 근거를 마련하라”고 했다.
중개사 수고비 제도가 도입된다면 교통비와 최저시급(8720원)을 더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 집을 보고난 뒤 계약이 성사되면 수고비를 내지 않고 중개수수료만 내면 된다.
중개사 수고비는 업계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당근책에 가깝다. 중개업계에서는 손님 응대가 즉각적인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계약을 하더라도 일정기간이 지나야 중개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인해 거래 감소기에는 생계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중개보조원으로 일한다고 밝힌 신모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개사법에는 계약 당일 수수료를 지급하게 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계약일에 수수료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잔금을 내는 계약서상 입주 날짜에 보수를 받고 있다”면서 “계약을 하고도 다음 계약을 연달아 하지 않으면 받을 돈이 없는 셈이다. 생활비가 없어서 쩔쩔매는 직원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집을 보러 오시는 손님은 최대한 많은 집을 보려 하는데, 집만 보고 계약을 안 하면 차 기름값 등 유지비는 집을 보여준 부동산 직원이 그냥 부담한다”면서 “이런 점을 악용해 강남구에 있는 40억~50억원 이상 건물이나 고급주택을 마치 관람하듯이 투어 삼아 보러만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하지만, 반감도 적지 않다. 중개사가 올린 미끼매물을 보고 갔다가 허탕을 친 수요자의 ‘발품’은 보상해 줄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는 매물을 중개인의 추천으로 보게 됐다가 시간만 낭비하고 수고비까지 내야 한다면 수요자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중개사 수고비 제도 도입에 대해 “중개사가 집주인과 시간을 조율하지 못해 구조만 같은 매물을 대신 보여주는 사례도 많다”, “장점을 늘어놓은 매물을 보면 직접 가서 보면 설명하지 단점이 더 많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수고비까지 낼 수 있겠는가”라는 비판적 견해가 쏟아졌다.
수고비 도입을 검토하기 전에 중개서비스의 질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개사들이 집까지만 데려다 놓고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면서 “수요자들이 수고비를 기꺼이 낼 수 있도록 중개서비스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국토부는 권익위의 제안이 강제성 없는 권고안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권고안은 참고용일 뿐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확정된 내용은 6~7월 중에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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