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발표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 여전
양천구 등 인기지역 신고가 행진도 계속
부동산시장 선행지수 ‘경매지표’도 여전히 높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정부가 서울 등 도심에 83만가구를 공급하는 ‘2·4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직후임에도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뜨겁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는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고, 경매시장은 과열 수준으로 뜨겁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8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0.33% 올라 전주(0.33%)와 같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수도권에서도 인천은 0.37% 올라 전주(0.31%) 보다 오히려 오름폭이 커졌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개발 호재가 있는 안산시(0.90%), 동두천시(0.67%), 안양시(0.42%) 등이 많이 뛰었다.
단지별로 신고가를 찍는 단지는 여전히 속출하고 있다. 대책이 발표된 당일인 4일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9단지 126.53㎡(이하 전용면적)는 21억2400만원(4층)에 계약됐다. 이 단지 같은 크기가 거래된 역대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5년 내 서울에 32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실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중개업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8일~10일 전국 아파트 주간 낙찰가율은 101.44%로 100%를 넘었다. 이번 주 전국에서 경매가 진행된 아파트의 낙찰가가 감정가보다 대부분 높았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경매 응찰자는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하고 입찰가를 써 내기 때문에 낙찰가율은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수로 여겨진다.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경매 참여자들이 입찰가를 높게 쓰는 경향이 나타나 평균 낙찰가율이 오른다. 반대로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경매 참여자들이 많으면 평균 낙찰가율은 떨어진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이 계속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대부분 경매 참여자들이 여전히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4부동산대책으로 매매시장에 대규모 주택이 공급되면 집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매매시장은 물론 경매 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정부 예상과 딴판이란 이야기다.
법원 현장은 과열 수준인 곳이 많다. 8일 서울북부지법 경매2계가 대표적이다. 이날 경매가 진행된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46㎡엔 46명이나 응찰했다. 응찰자가 없어 이미 한차례 유찰된 물건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88%(감정가 2억5500만원, 낙찰가 4억81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날 이 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다른 3건의 아파트 중 1건(우이동 대우아파트 85㎡)은 응찰자가 24명이나 몰려 낙찰가율이 117%(감정가 5억3000만원, 낙찰가 6억1880만원)를 기록하면서, 매각이 성사됐다. 다른 2건은 모두 경매가 취하 됐다. 경매 취하는 채권자가 채무자와 합의해 취하 신청서를 내서 이뤄진다. 보통 경매보다 매매시장에서 보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고 판단할 때 취하가 이뤄진다. 경매 참여자들이 집값이 계속 올라 급히 처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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