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0.22% 상승
일반 아파트 0.13%보다 상승률 높아
“규제완화 및 사업추진 기대감 영향”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의 2·4 공급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도·매수자 간 눈치싸움이 치열해진 가운데 재건축 단지에선 다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주요 단지가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집값이 뛰고, 이것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지지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2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14% 올라 지난주와 동일한 상승률을 나타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22% 올라 일반 아파트(0.13%)의 상승률을 훌쩍 넘어섰다.
부동산114는 “재건축 단지는 규제완화 기대감과 함께 강남권 주요 단지들이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2·4 대책 이후 수요층 일부가 관망세로 돌아선 상황에서도 재건축 단지의 강세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남권 ‘알짜’ 재건축 단지들은 2년 실거주 의무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강남구 압구정동 6개 정비구역 중 4구역(현대8차, 한양 3·4·6차)과 5구역(한양1·2차)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1구역(미성1·2차), 2구역(신현대9·11·12차), 3구역(현대1~7차, 10·13·14차), 6구역(한양5·7·8차)을 비롯해 송파·강동구 재건축 단지에서도 조합설립 움직임이 뚜렷하다.
한동안 주춤했던 재건축 사업 추진에 불이 붙은 것은 6·17 대책의 영향이 크다. 정부는 당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이 2년 실거주를 해야만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규제를 피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 전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완료해야 한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정부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규제가 추진위원회를 움직이게 해 사업 진척 기대감을 키웠고 결국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현금청산 리스크가 있는 공공주도 개발사업 추진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최근 부각되고 있다고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전했다.
압구정 현대6차 전용 196.7㎡의 경우 지난해 7월(48억원) 이후 거래가 없다가 7개월 만인 지난 22일 54억5000만원(6층)에 거래됐다. 압구정동 미성2차 전용 74.4㎡는 이달 1일 24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23억5000만원(1층)에 이어 올해 1월 24억원(6층)으로 최고가를 경신한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신고가 기록을 썼다.
양천구에선 목동신시가지 아파트가 연달아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사업 진척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14개 단지 2만7000여가구 규모다.
지난해 6월 6단지가 처음 안전진단 관문을 넘어서 재건축이 확정됐고, 10개 단지(1·2·3·4·5·7·10·11·13·14단지)는 1차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9단지는 2차 안전진단에서 탈락했고, 8단지와 12단지 안전진단 결과는 3∼4월께 나올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6·17 대책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후속 입법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 일정대로라면 목동신시가지 단지 대다수가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값도 뛰고 있다. 4단지 전용 67.58㎡는 지난달 26일 16억8000만원(10층)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거래건보다 1억6000만원 높은 가격이다. 2단지 전용 65.25㎡는 지난달 23일 신고가인 15억7000만원(3층)에 거래됐는데, 4일 만에 16억원(7층)에 거래된 사례가 나와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주택공급 신호를 보내면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눈치보기에 들어간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사업 추진이 빨라지는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오르고 있고, 이런 점은 인근 아파트값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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