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엔씨소프트 게임 이용자들이 ‘리니지M’ 아이템 환불 정책에 불만을 쏟아내며 이른바 ‘NO엔씨’ 운동에 나서고 있다. 게임 아이템 관련 업데이트를 다시 무효화시키는 과정에서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앞서 넥슨 게임 ‘마비노기’ 이용자들이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트럭 시위에 나선 데 이은 올해 두 번째 집단 움직임이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리니지M 이용자들이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NO엔씨 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사지 않겠습니다”, “제작하지 않겠습니다”를 표어로 내세우고 있다. 게임 내 과금을 유도하는 아이템 불매 운동으로 사실상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게임을 거부한다는 의미다. 트럭을 대동한 시위 등 집단 움직임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불매운동은 리니지M이 지난 1월 새로운 문양 시스템을 업데이트 했다가 나을 후에 ‘백섭’(업데이트 이전으로 돌리는 조치) 결정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당초 업데이트는 ’문양 저장 및 복구 기능‘을 추가해 강화 수치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 저장해두었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통상 문양 한 개를 완성하는 데 5000만원 가량의 현금이 소요되는데, 저장 기능을 추가해 강화를 원활하게 돕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업데이트 이전 과금한 이용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엔씨측은 이를 수용하고, 업데이트를 무효화시켰다. 업데이트 후 과금한 유저들에게는 문양 작업에 필요한 게임 내 재화를 돌려줬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이용자들은 ‘문양 때문에 돈을 결제한 것’이기에 ‘게임 내 재화’가 아닌 결제 금액을 환불해달라고 요구했다.
환불 과정에서 엔씨 측의 미흡한 대처도 화근이 됐다. 약 1억 6000만원을 과금한 A씨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엔씨 측은 “저희가 잘못한 게 맞다”면서도 “회사 내규상 환불을 해줄 수가 없다”는 답변을 했다. 이를 접한 유저들을 중심으로 사측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공분을 키웠다.
엔씨는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문을 내놓고 진화에 나섰다. 엔씨 측은 “본 건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를 검토하고 지속적으로 용사님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추가 보상 방안을 고민하였습니다”라며“진심을 담아 숙고한 결과 사용된 재화를 이전 시점으로 되돌리는 것에 더하여 추가 보상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고 알렸다. 추가적 보상을 통해 이용자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엔씨 측 관계자는 “1월 1차 보상을 지급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어 검토를 거쳐 추가 보상을 지급했다”며 “앞서 문제를 제기했던 이용자를 대상으로 전원 보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엔씨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이용자들의 불매 운동 조짐은 식지 않고 있다. 각종 게임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서는 ‘NO 엔씨’ ‘단합이 필요하다’ ‘트럭 시위 준비’ 등 동참을 호소 하고 있다.
게임 이용자들의 집단 반발은 앞서 넥슨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의 ‘트럭 시위’를 통해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이용자들이 ‘확률을 공개하라’며 연이은 성명문과 불매 운동 압박을 통해 결국 넥슨 측이 국내 게임 업계 최초로 아이템 강화 확률 공개를 결정했다.
한편 정치권을 중심으로 게임 내 아이템 확률 규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이 저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게임법 개정안)을 발의에 나섰다. 세부 사안은 다르지만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게임 아이템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매출 중에서 아이템으로 벌어들인 비중은 90%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논란이 된 엔씨소프트 '리니지M'은 '리니지2M'과 더불어 지난해 엔씨 매출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두 게임은 각각 지난해 8287억 원과 849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