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보류 결정에 추진 주민들 당혹
정부 공공 직접시행 컨설팅 계획에
“절대 안 돼” “검토해봐야” 의견 갈려
반대 주민도 “최종 결정 미루는 이유 뭐냐” 반발
주민 갈등 부추긴다는 지적 나와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심의가 보류된 곳을 대상으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컨설팅을 진행한다는 것을 보면 의도가 뻔한 것 아닌가요? 정부가 공공 직접시행으로 몰고 있는 것 같아요.” (서울 마포구 아현1구역 주민 A씨)
“재검토한다고 상황이 달라지겠어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괜히 주민 갈등만 심해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 (대흥5구역 주민 B씨)
지난 29일 공공재개발 2차 시범사업 후보지 선정에서 ‘보류’ 딱지를 받은 서울 마포구 아현1구역과 대흥5구역 주민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공공재개발을 기다리던 이들도, 반대하던 이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찬성파를 중심으로는 정부가 2·4공급대책의 하나인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추진을 유도하기 위해 공공재개발 보류를 결정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는 주민이 여럿이었다. 정부가 보류를 발표하며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컨설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서다.
아현동에 사는 C씨는 “공공 직접시행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전부 맡기는 것인데 절대 안 된다”며 “공공재개발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데 공공 직접시행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현1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는 마포구청 항의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 관계자는 31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현금청산과 현물선납, 수용 등에 대한 주민들의 심리적 저항이 엄청나다. 게다가 (공공 직접시행 사업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지 않냐”며 “공공재개발 추진을 고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부는 공공 직접시행 재개발이라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공공 직접시행 방법으로라도 정비사업을 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공공재개발을 반대해온 주민들도 정부의 결정이 못마땅하다는 입장이다. 대흥5구역 주민 D씨는 “사업지로 선정되지 않아 다행”이라면서도 “다시 검토한다고 주민 반대가 줄어들겠냐. 최종 결정을 미루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공공재개발 신청지 8곳을 보류하며 사업성 개선 한계, 사업방식에 대한 주민 이견 등을 이유로 밝혔다. 아현1구역, 대흥5구역과 함께 보류된 곳은 ▷번동148 ▷하왕십리 ▷용두3 ▷신길밤동산 ▷신길16 ▷도림동26-21 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 갈등만 촉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찬반으로 나뉘었던 주민 의견은 ▷공공재개발 지속 추진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검토 ▷공공사업 반대 등 세 갈래로 갈라지는 분위기다.
대흥동에 사는 50대 E씨는 “정비사업 자체를 딱히 반기지 않는 입장”이라고 전제하며 “누구는 찬성하고 누구는 반대하고 동네가 시끄러운 건 사실이다. 당분간 계속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