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IT기업의 ‘개발자 모시기’ 경쟁에 스타트업도 가세했다. 개발자 초봉을 업계 최상위 수준으로 제시,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 등 대형IT업체 견줘도 뒤처지지 않은 수준이다. 개발자 유치 경쟁서 밀리지 않기 위한 연봉 인상 출혈경쟁으로 IT 중소·스타트업이 곡소리를 내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는 1일 개발 직군 초봉을 최소 5000만원으로 인상하고 초임 연봉 상한선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개발자 정규직 입사자에게 1억원 상당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나 최대 5000만원의 계약 보상금(사이닝 보너스)도 준다. 보상안은 IT업계 최고 수준으로 스타트업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당장 대형IT업체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네이버·카카오·라인플러스 등의 개발자 초봉은5000만원, 배달의민족과 쿠팡 등이 초봉 6000만원을 내세우고 있다. ‘네카라쿠배’로 불리는 앞선 기업들의 개발자 초봉과 맞먹는 수준이다.
스타트업도 가세한 파격적 연봉 인상 릴레이는 ‘개발자 구인난’에 직면한 현실을 반영한다. 대형IT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연봉을 파격 인상, 역대급 규모의 채용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괜찮은 개발자’를 빼앗길 수 있단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넥슨을 시작으로 게임업계서 시작된 연봉 인상 릴레이로 개발자 초봉은 단숨에 최대 2000만원까지 올랐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 크래프톤은 파격적으로 개발직군 연봉을 2000만원 일괄 인상, 개발자 초봉을 6000만원으로 올렸다.
이에 상대적으로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연봉 인상 릴레이에 참여했다. 베스파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임직원 연봉 1200만원 일괄 인상했다. 베스파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 318억원을 기록한 업체다.
반면 여력이 없는 업체는 전전긍긍이다. 일부 중소업체는 개발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복지나 인센티브 강화 등 연봉 외 보상책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연봉 인상 릴레이 이전에 연봉협상을 마친 업체도 부랴부랴 추가적 인상을 단행했다. 펄어비스는 1월 연봉협상이 일찌감치 마무리됐지만 지난달 연봉 800만원 추가 인상을 발표했다.
대형,중소,스타트업까지 개발자 초봉 ‘5000만원’ 시대를 열자, 업계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무리한 출혈경쟁으로 개발자 몸값이 급격히 뛰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발자 처우가 향상되는 방향성에 공감한다”면서도 “급격한 인상이 되려 업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업계 내에서는 ‘괜찮은 개발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IT업계는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 연봉인 네이버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900여명의 개발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연 1회 실시하던 신입 공개채용을 상·하반기 연 2회로 확대된다. 넥슨도 ‘세 자릿수’ 채용에 동참했다. 넥슨은 지난달 중순 수백명 규모의 개발직군 특별 수시채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