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주택가격 오름폭 둔화
오세훈 취임으로 시장 흐름 바뀔 가능성
“재건축 규제 완화가 가격 상승 압력될 것”
일각에선 재건축과 집값 흐름 무관하다는 분석도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사실상 ‘부동산 선거’로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로 확정되면서 최근 주춤했던 서울 집값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집값 급등에 대한 피로감,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줄다리기 등으로 주택 매수세가 줄어든 상황에서 오 후보의 취임이 주택시장의 불쏘시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 후보는 신속한 주택 공급을 바탕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취임 일주일 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 만큼 재건축발(發) 주택가격 상승이 촉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가격은 0.96% 상승해 전월(1.14%)보다 오름폭이 둔화됐다. 지난해 6월 이후 상승장에 진입한 서울 집값은 11월 1.66%까지 오름폭을 키운 뒤 12월 1.24%, 올해 1월 1.27%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월 1.14%로 소폭 둔화됐고 지난달에는 1%대 아래로 떨어졌다. 2·4대책에 따른 주택 공급 기대감에 금리·공시가격 인상, 보유세 부담 등으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시장에선 거래가 줄었고 매수심리도 가라앉았다. 서울의 주택 매수우위지수는 지난달 1일 100선 아래로 내려왔고 같은 달 29일에는 77.3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6월 1일(79.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패닉바잉(공황구매) 행렬이 주춤해진 셈이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 내에서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재건축 시장의 상황은 달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일제히 재건축 규제 완화를 언급하면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강세를 보였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재건축 추진 단지의 가격 상승률은 1.83%로 일반 아파트(1.47%)보다 0.36%포인트 높다. 오 후보의 당선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시장의 훈풍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강남 재건축 시장이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선거 이후 전반적인 시장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 후보가 시장 취임 직후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재건축 연한 단축과 초과이익환수 유예 등의 규제 완화는 전반적인 주택가격 상승압력으로 작용한 바 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재건축 단지와 일반 아파트가 별개로 움직인다고 보긴 어렵다”며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 인근 아파트가 움직이고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재건축 정책과 집값 흐름이 무관하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오 후보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서울 아파트 시장 전체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과 구형모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실거래가를 통해 본 주거 정책과 주택가격의 변화’ 보고서에서 재개발·재건축 단지 주변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서울시 전체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을 이끄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두 증감률 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일반 아파트는 수요가 유입되는 재건축·재개발 시장과 다르게 움직일 것”이라며 “당분간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며 조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