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베오, 서울 주택수익비율 82.31로 세계 최고
소득대비 집값 수준도 2017년 이후 급상승
비싸지는 집값에 전체적인 삶의 질도 하락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부모님 재력이 있는 은수저, 금수저들만 집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이 들어 박탈감에 빠졌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한 30대 직장인의 글이다. 지나치게 오른 집값으로, 삶의 질 자체가 크게 떨어진 요즘 세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실제 최근 몇년 간 급격하게 오른 집값이 서울의 주거여건을 크게 악화시켰다.
18일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수익비율(Price to Rent Ratio)은 82.31로 세계 최고로 집계됐다. 주택수익비율은 주택의 매매가격을 연간임대료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높을 수록 집값의 거품이 심하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전·월세 가격은 지난해 임대차보호법 발효 이후 급등했지만, 집값은 그 이상으로 오른 결과다.
넘베오 자료는 사용자들이 살면서 체감하고 습득한 현지 정보에 기반한 자료로, 정확성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생활 여건을 실시간으로 수 많은 사람들의 정보 입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있는 자료로 활용된다.
서울의 소득대비 집값 수준도 세계 주요 도시 중 최고 수준이다. 중국 몇몇 도시와 홍콩, 마닐라 정도를 제외하고는 독보적인 순위다. 주요 선진 국가인 일본의 도쿄,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보다도 월등히 높은 집값 부담이 있었다.
5월 기준 서울의 소득대비 집값 배율은 29.29로 비교 대상 주요 도시 중 15위에 올랐다. 넘베오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순위다.
오랜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시리아 다마스쿠스가 71.04로 세계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우리에게는 ‘닭장 아파트’로 유명한 홍콩이 5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그리고 필리핀 마닐라가 서울보다 앞에 있었다.
반면 각종 경제 지표에서 비교 대상이 되는 이웃 일본 도쿄의 소득대비 집값 배율은 14.48로 서울의 절반에 불과했다. 주요 선진국 중에서는 유럽에서도 높은 집값, 생활비로 악명이 높은 프랑스 파리가 21.71로 순위는 29위에 올랐다.
이 같은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배율은 최근에 급상승한 것이 특징이다. 2010년 16.29로 세계 23위던 순위는 2016년 16.64로 44위까지 내려갔다. 세계 주요 도시들과 비교해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였던 결과다. 하지만 2017년 33위, 2018년 25위, 그리고 지난해는 23위로 점점 상승하더니 올해 5월 기준으로는 15위까지 올랐다.
최근 4~5년간 소득 증가폭보다 집값이 훨씬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이 기간 서울의 소득대비 집값 배율은 2017년 17.82에서 지난해 24.01, 그리고 올해 5월 29.29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주택 가격의 상승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른 글과 같이 전체적인 삶의 질도 악화시키고 있다. 역시 넘베오 집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삶의 질 지표는 83개 평가 대상국 중 42위를 기록했다. 구매력,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생활비, 오염, 안전 등 각종 지수를 종합한 결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루마니아, 푸에르토리코 등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이 지표는 2017년 22위, 상위 30% 수준이었다.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