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바뀐 한반도 지형, ‘동급 최강’ 급부상
문체부 비대면 안심,환경부 국가생태 관광지
드라마 괴물의 부소담악 남쪽 안터의 반딧불
맑은 공기,거리두기,에듀투어리즘 안성맞춤
서당으로는 국내 첫 국가지정 보물된 이지당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대한민국 한반도 지형중 가장 특이한 모습을 가진 곳은 옥천이다. 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고향은 큰개천 실개천이 모두 휘돌아가는 곳이고 그 사이로 너른 들판과 백사장이 있다.
우리나라 지도와 닮은 곳을 알리는 한반도 지형 마케팅은 동강-서강의 영월이 시작했고, 섬진강의 나주-무안이 뒤를 이었다. 독도엔 한반도 모양 바위가 있고, 완주 대아호는 육지가 아닌 호수 자체의 모양이 한반도를 닮았다.
옥천의 한반도는 동서가 바뀌어 가장 이채롭다. 영월 것과 대칭을 이루는 데칼코마니라서 여행자들은 옥천과 영월이 자매결연을 맺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너스레를 풀기도 한다. 둔주봉에 올라 이 풍경을 내려다 보면 서로 입장 바꿔 생각하는 너른 마음을 갖게 된다.
드라마 ‘괴물’ 촬영지 충북 옥천이 환경부 국가생태관광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세종충북지사)의 비대면 안심관광지로 잇따라 지정되는 등 뉴노멀에 부합하는 친환경 절경 여행지로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전에서 옥천으로 진입하자마자 옥천군 군북면 대정리엔 동양적 풍경과 서양적 건축물, 청정생태와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수생식물학습원을 만난다.
죽어가는 물을 살려내고 정화시키는 수생식물은 자연 생태보전의 파수꾼이다. 대청호 절벽 지형 위에 자리한 수생식물학습원은 수생식물을 재배, 번식시켜 보급하고 수생식물을 통한 ‘물 사랑’의 현장을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모든 수생식물과 열대지방의 대표적인 수생식물을 기르는 곳이다.
각종 수련이 재배, 전시되고 있으며, 백련과 홍련 등은 야생연못에서, 각종 야생화는 정교하게 설계된 시설에서 길러지고, 국민에게 자태를 뽐내는 정원이다. 2003년부터 5가구의 주민들이 수생식물을 재배하고 번식, 보급하는 관경농업을 모범을 보이면서 시작됐다.
수련농장, 수생식물 농장, 온대수련 연못, 매실나무 과수원, 잔디광장, 산책로 등이 조성되어 있으며 수련, 가시연, 연꽃, 부레옥잠화, 물양귀비, 파피루스 등 다양한 수생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유럽풍의 건물과 절벽 꼭대기의 교회당, 한국풍의 정자가 호변 절벽 풍경속에 착상해 있어 참 아름다운 곳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드론) 신이 손가락을 담그려는 풍경이다. 살구향이 그윽한 작은 둘레길, 국내에서 가장 작은 예배당도 있다.
옥천을 지나는 대청호오백리길 7구간(16㎞)의 핵심 명소이다. 이 구간은 쉬엄쉬엄 6시간이 걸린다. 와정삼거리에서 출발해 꽃봉 갈림길에서 7구간이 시작된다. 약 700m 정도 올라가면 해발 284m 꽃봉에 도착한다. 꽃이 아주 많이 피어 있는 봉우리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봉에서 내리막 산길을 걸어 내려오면 오른쪽에 수생식물학습원이 있고, 방아실 방향으로 이어진다. 거먹골과 항곡리를 지나는 길은 전형적인 두메산골의 풍경이 이어진다. 한적한 시골길이 정겹다. 공곡재까지 넘으면 7구간의 하이라이트인 부소담악에 다다른다.
부소담악 부터 이번에 국가생태관광지로 지정된 안터 인근까지 대청호는 꽃 넝쿨을 호수 위에 드리워 놓은 모양(浮沼:부소)이다. 첩첩산중과 능선에 대청댐 건설에 따라 물이 차오르면서 낮은 봉우리는 섬이 되고 긴 능선은 부소담악 처럼 호수위 띠가 된 것이다.
부소담악은 물 위로 솟은 기암절벽인데 호수 위에 떠 있는 병풍바위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이곳의 좁은 능선을 탐방하다 보면 좌우에서 청정옥수가 호위한다. 부소담악을 돌아 나와 추소리 절골에 이르면 부소담악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국가생태관광지 지정을 받은 옥천군 대청호 안터지구는 종영 이후에도 세계적인 화제가 됐던 드라마 ‘괴물’(JTBC) 촬영지 부소담악의 남쪽에 있다.
안터 마을은 새 물을 만나 새 절벽이 된 바위와 푸른 호수, 호수 안으로 파고드는 습지, 빙어 잡이 강태공들이 멋진 조화를 이룬 곳이다. 멸종위기 2종 야생동물인 수달과 삵이 서식하고, 천연기념물인 운문산반딧불이가 관찰되는 국내 5개 지역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1981년 대청댐 준공 후 40년간 각종 개발과 환경 규제 등으로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있다. 지난 10년간 청정 생태마을 조성을 위해 호수 주변에 농사를 짓지 않기로 주민들끼리 협의했다.
하계리에서 태어난 육영수의 동네 아재 정지용 시인은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고향이라고 했는데, 옥천은 실개천, 지천, 큰 강 모두 작게 혹은 크게 휘돌아나가는 곳이다.
정지용-육영수의 생가는 옥천읍 하계리 교동저수지, 청석교 인근에 있다. 이 마을에는 실개천이 두 군데 휘돌아 나가고, 대청호는 큼직큼직하게 휘돌아 대전쪽으로 간다.
정지용 문학 자취를 탐방하는 ‘향수 30리길-멋진 신계계’ 코스는 생가를 출발해서 옛 37번 국도를 타고 장계관광지까지 이어진다.
둔주봉에 오르면 산 아래쪽 금강이 아주 크게 휘돌아 나가는 곳에 한반도 모양 비슷한 지형을 볼 수 있다. 실제 지도와 동서가 바뀌어 역지사지 입장바꿔 모두를 이해하는 마음을 배운다.
향교도 서원도 아닌 서당으로는 드물게 국가지정 보물이 된 이지당의 산골 품격에도 시선이 오래 머문다. 이지당 역시 대청호변의 문화재이다. 경치가 좋아 용무가 없어도 들르는 곳이 옥천 금강휴게소이다. 구슬같은 물길, ‘괴물’ 촬영지 옥천이 ‘천사’같은 풍경을 대청호에 그려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