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우리나라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2013년 1만6785명에서 2015년 4만822명으로 세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 시기엔 강제추행은 1만4778건에서 1만5059건으로, 유사강간은 60건에서 218건으로 증가했다. 그땐 불량식품 제조·유통사범도 급증세를 보였다. 2013년 2193건이었으나, 2015년엔 2864건으로 31%나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4대 사회악’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투기 [부동산360]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모습 [헤럴드경제DB]

2013년과 2015년 사이 대한민국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무리 찾아봐도 특별한 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단속활동을 벌였다. 당시 지역 경찰서는 경쟁적으로 단속실적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적극적으로 신고하도록 홍보했고, 접수된 신고는 ‘훈방’ 수준에 머물던 것도 웬만하면 ‘입건’ 시켰다.

문재인 정부에서 벌이는 부동산 투기 단속은 박근혜 정부의 ‘4대 사회악’ 근절 활동과 많은 부분 닮았다. 출범 초기부터“4대 사회악을 반드시 뿌리 뽑도록 하라”며 범죄와 전쟁을 선포한 박 전 대통령처럼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고 했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불량식품을 근절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었지만, 우리사회를 위협하는 사회악으로 다른 어떤 것보다 먼저 척결해야할 대상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많았다. 예컨대 당시 여당 대표는 ‘게임’을 4대악에 포함시키자고 해 논란이 일었다. 병역비리, 입시비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직권남용 등 공무원 범죄나, 음주운전 등 교통범죄를 척결 대상에 넣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부동산 투기도 비슷하다. 부동산 투기를 단속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을 부동산 투기로 보면서 단속에 사활을 거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선, 실효성 없이 공권력을 낭비한다는 비판도 많다.

박근혜 정부 ‘4대 사회악’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투기 [부동산360]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정부는 지난 21일 ‘실거래가 띄우기 실제 사례를 최초 적발했다’며 최근 주택거래 79만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실거래가 띄우기 의심 사례 12건을 포함해 69건의 범령 위반 의심 사례를 찾았다. 검찰과 경찰, 국토부는 물론 서울시 등 지자체까지 각각 전담팀을 만들어 수개월간 찾아낸 게 고작 이 정도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는 한발 더 나가겠다고 한다. 대검찰청은 집값 띄우기 사례가 드러난 만큼 최근 5년간 공인중개사법 위반 사건 등을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전국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 등이 총동원될 예정이다.

단속을 하면 많든 적든 적발 건수가 나오긴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평균 두 배나 올랐으니, ‘범죄’의 유혹이 강했을 것이다. 문 정부는 특히 세금, 대출, 청약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어렵게 법으로 막았다. 부동산 거래에 한해선 불법이 아니었던 행위도 불법이 된 경우도 많다.

규제로 막았으나 이를 뚫고서라도 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가장 매매, 허위 호가, 허위 계약, 불법 전매, 부정청약 등이 그런 범죄다. 과거엔 다 있던 일이라며, 범죄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물론 더 많은 사람들, 보통 사람들은 거래를 포기했다. 규제가 집중된 다주택자들은 특히 그렇다. 10% 전후 취득세부터 엄청난 세금폭탄을 감내하고 집을 사려는 다주택자는 거의 없다. 자금 조달 계획서를 내야 하는 등 거래를 할 때마다 감시를 받아야 하는 분위기에서 과거처럼 부동산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찾아봐도 흔하지 않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 주택시장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무주택자들이 청약시장에 몰리고, 어떻게든 내집 마련을 하려고 발버둥 치는 시장 상황이다. 지금 주택시장을 이끄는 건 범죄와 편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집값 폭등의 해법은 정확한 진단에서 나온다. 주택 수급상황,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 공급에 따른 거시 경제 상황이 집값을 띄우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자꾸 엉뚱한 곳에서 문제를 풀려고 하니 틀린 답만 내놓을 수밖에 없다. 30번 가까운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이유다.

정부 ‘고점경고’에도…수도권 아파트 최대폭 상승·전셋값도 껑충 [부동산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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