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미국의 의료비가 정부 재정을 압박할 정도로 늘어난 시기가 있었다. 지난1970년대 미국은 비만, 당뇨,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이 번져가기 시작했으며, 1973년부터는 암의 발병과 사망률도 계속 늘어났다. 의료비는 1962년 316억 달러에서 1975년에는 1180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조지 맥거번 의원이 중심이 된 ‘영양문제특별위원회’는 2년 동안 수많은 기관과 세계 각국의 석학을 불러 “맥거번 리포트”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원인은 ‘음식’이라는 분석이다. 이 보고서는 “인류가 현재의 식생활을 바꿔야 한다”고 경고하며 설탕 등 백색식품을 멀리하고 육식을 제한하라고 권했다. 자연을 거스르는 식사에서 과거의 소박한 식사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서구식 식습관에 대한 ‘맥거번 리포트’의 경고는 현재에도 의미가 크다. 특히 웰빙바람을 타고 식물성 기반 식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육식 중심의 서구식 식습관과 질병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미 채식’ 전도사로 유명한 신경외과 전문의 황성수 박사는 “꾸준한 식물성 기반 식이요법을 통해 고혈압, 당뇨, 비만, 암, 관절염, 골다공증, 알레르기 등 만성질환 증상이 호전된 환자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육식을 자제하고 균형잡힌 식물성 위주로 식사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전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식물성 위주 식단, 이런 질병 낮춘다[식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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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최승호 연세대 의학과 교수진의 ‘고도비만 실태분석 및 관리대책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육식을 선호하는 남성의 고도비만 유병률은 5.6%로, 채식을 주로 먹는 사람의 1.9%보다 3배 높았다. 여성의 경우 육식 선호자의 고도비만 유병률은 채식 선호자에 비해 50세 이상과 50세 미만에서 각각 1.8배, 1.5배 높았다. 또한 과체중·비만 청소년이 하루 두 끼를 현미와 채식 위주로 식사한 결과, 체질량지수(BMI)가 평균 0.8 이상 낮아졌다는 국내 연구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은 고기 섭취에 비해 채식 위주의 식단이 상대적으로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당뇨와 심혈관질환

식물성 위주의 식단과 당뇨병 예방과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들도 여럿 보고돼있다. 동핀란드대학 연구팀이 2형 당뇨병을 앓지 않은 42~60세 남성 2232명을 대상으로 19년간 연구한 결과, 식물성 단백질 섭취량이 가장 많은 그룹이 동물성 단백질을 주로 섭취한 그룹 보다 당뇨병 발병 가능성이 35%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하루 섭취하는 동물성 단백질 5g을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할 경우 당뇨병 발병 위험을 18% 가량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식물성 위주의 식단에는 심혈관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이섬유와 칼륨 역시 풍부하다. 일본 국립 뇌·심혈관센터에서는 식물성 식단이 체중 5㎏ 감량 효과와 비슷하게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조지메이슨대학의 연구결과 전체적으로 섬유질, 과일, 채소를 많이 먹고 육류는 적게 먹는 식습관이 전립선암의 퇴치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국 옥스퍼드대 ‘식량의 미래’ 프로그램 연구진이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추정한 결과, 전 세계가 식물성 위주 식단으로 전환하면 오는 2050년까지 당뇨병, 뇌졸중, 심장질환을 비롯해 몇몇 암 질환 발병이 낮아져 세계 사망률을 1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영향 중 절반은 붉은 고기 섭취의 절제에서 비롯된 것이며, 나머지는 섭취 칼로리의 감소, 과일 채소 섭취량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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