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LH부지 주택공급…영등포구 “재검토”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 개발…강남구 철회 요구
올 11월 서울시의 용산정비창 개발 가이드라인 나와
정부·서울시 정비창부지 개발 의견차, 갈등 커질듯
“서울 도심 노른자 땅 임대주택 공급 거부감 커”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강남과 용산, 여의도 등 서울 도심 노른자 땅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신규 공공택지 조성 방안이 각종 변수로 점점 꼬여가는 모양새다.
임대주택 건설과 교통난 가중 우려 등으로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의 '재검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11월 용산정비창 부지에 대한 서울시의 개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주택 공급 규모 등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도심 노른자 땅에 수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장밋빛 계획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2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8·4 대책에서 서울권 신규택지 18곳 계획을 발표했다.
작년 5·6 대책에서 8000가구를 제시한 용산구 용산철도정비창 공급 규모는 8·4대책에서 1만가구로 확대했다.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도 용적률을 올리는 방식으로 당초 800가구에서 3000가구로 공급규모를 2200가구 늘렸다.
신규택지 중 가장 규모가 큰 용산정비창 개발 계획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에 따라 협의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당초 정부의 계획보다 주택공급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울시는 오는 11월 용산정비창 개발 가이드라인(마스터플랜) 용역 결과 발표를 통해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아직 용역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지만 오 시장 1기 시절의 원안이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시장은 2006년 1기 재임 시절 용산정비창 부지를 초고층 빌딩 등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할 계획을 내놓았다.
정비창 부지는 임대주택 등 주거 비율을 높이는 것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오 시장도 무리한 임대주택 공급보다는 제대로 된 국제업무지구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용산정비창 부지는 서울 도심에 남은 기회의 땅이자 마지막 대규모 유휴부지”라며 “기업의 혁신 생태계를 만들면서 발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개발 계획도 표류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서 서울시에 넘기고, LH는 대신 서울시가 보유한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 일부를 넘겨받는 내용의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에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은 "먼저 시가 서울의료원 북측 부지에 공공임대주택 30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철회해야 송현동 부지와의 맞교환을 논의할 수 있다"며 맞교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강남구는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개발해야 한다며 공공주택 공급계획 철회를 요구해왔다.
작년 8·4대책에서 발표된 여의도 LH 부지 300가구 공공주택 계획도 흔들리고 있다. 영등포구는 최근 서울시·국토부·LH를 상대로 LH 부지 개발에 대한 '재검토' 공문을 보냈다.
영등포구는 여의도를 금융특구로 육성하기 위한 지구단위계획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해당 부지를 섣불리 개발하지 말자는 입장이다.
작년 5·6대책과 8·4 대책의 신규택지가 강한 반발에 직면한 건 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다수의 도심 내 유휴 공공택지 개발사업이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대로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며 “해당 토지의 활용 용도에 대한 이견과 더불어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거부감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