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당국 전세자금대출 재개 결정

실수요자들 “정책 일관성 없어, 대출도 이삿날도 이젠 다 운”

전문가 “가계부채 증가세는 계속 경계해야”

“대출도 운”…재개된 전세대출에 실수요자 혼란 속 숨고르기 [부동산360]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전세자금 대출 못 받을까 봐 계약 서둘러 손해 본 세입자들은 무슨 죄인가요? 전세대출 안 나와서 월셋집으로 이사 간 사람들은요? 대출도 이제 이삿날과 정부 정책이 잘 맞아야 하는 로또가 돼버렸네요.”(30대 무주택자 A씨)

지난 14일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총량관리 규제에서 전세자금대출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주택시장 실수요자들은 졸여왔던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하루아침에 급변하는 정책에 혼란을 호소한다.

시장에도 곧바로 신호를 줬다. 송파구의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대통령이 전세대출을 규제하지 말라고 했으니 전셋값이 빠질 염려는 없어진 거 같다”면서 “대출 요인 말고, 이제는 수요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서민 실수요자 전세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금융위원회의 입장과 관련해 “서민 실수요자 대상 전세대출과 잔금대출이 일선 은행 지점 등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 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미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 가운데서도 임대차계약서상 잔금 지급일과 주민등록 전입일 중 빠른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지 않은 고객들은 전세대출 한도를 끝까지 채울 수 있게 됐다.

은행들도 다시 전세대출 영업을 빠르게 되돌리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전세대출을 포함해 부동산 관련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했던 NH농협은행이 오는 18일 전세대출을 재개한다.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한도 제한 조치를 풀기로 했고,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전세대출 한도를 추가로 배정할 계획이다.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이내’로 신규 전세대출 한도를 제한한 일부 은행 역시 해당 조치의 종료를 검토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일단은 주거 이전계획에 숨 쉴 틈이 생겨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앞으로도 얼마든지 정책이 변할 수 있음에 염려하고 있다.

서울 거주 40대 B씨는 “제발 정책의 일관성을 좀 유지했으면 한다”면서 “실수요자 아우성이 나올 때 눈 깜짝 안 하다가 여론이 생각보다 심각해지자 정치적 이유로 말을 바꾼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이렇게까지 억지로 대출을 누르고 있었는데 정말 크게 (가계부채) 문제가 터지면 어쩌나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당장의 실수요자 구제와 별개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계속해서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대출을 옥죄는 것은 비합리적이지만 국가 전체로 봤을 때는 가계부채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것은 맞다”면서 “어찌 됐든 올해와 내년 집값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임대차시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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