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3기 신도시 2차 사전청약 시작
대상지인 남양주 왕숙 토지보상 착수 못해
토지수용 앞선 사전청약에 대한 우려 솔솔
정부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 단언하지만
지장물 조사 거부 등 곳곳서 지역주민 반발
일각선 “제2의 대장동 사태 안 돼” 움직임도
전문가들 “사전청약 불안감 해소 노력해야”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사전청약에 당첨됐다고 좋아했는데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암담해요. 입주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는 데 희망고문 같아요. 예정대로 2026년에 입주할 수 있을까요? 보험으로 생각하고 다른 내 집 마련 방법도 찾아봐야겠어요.”(인천 계양신도시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당첨자 A씨)
정부가 오는 25일부터 수도권 신규 택지에 대한 2차 사전청약에 돌입한다. 여기에는 3기 신도시인 남양주 왕숙2지구도 포함돼 있다. 앞서 지난 7월 인천 계양에서 사전청약을 진행한 데 이어 3기 신도시로서는 두 번째다.
2차 사전청약도 흥행이 예상된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비교적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청약이 각광받고 있어서다. 본 청약까지 자격을 유지하기만 하면 되는 사전청약은 무주택자의 관심을 끌었고 1차 모집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토지수용에 앞서 진행되는 사전청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실제 사전청약 당첨자 상당수는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아직 토지 보상조차 끝마치지 못했는데 제때 입주가 이뤄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예비 청약자들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는 과거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제 시행 당시 사전예약부터 입주까지 10년 넘게 걸렸던 사례처럼 희망고문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24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3기 신도시 가운데 토지수용을 마친 곳은 전무하다. 지난 8월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의왕·군포·안산과 화성 진안, 올 초 LH 임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광명 시흥의 경우 아직 지구 지정을 하지 못했고 나머지 5곳 중에서도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3곳은 토지 보상 협의를 시작하지 못했다.
남양주 왕숙에선 당장 2차 사전청약이 진행되고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도 연내 일부 물량을 사전청약할 예정이다. 토지 보상을 마친 지역에서만 사전청약을 하겠다던 정부의 애초 원칙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7월 인천 계양 사전청약을 앞두고 ‘토지 보상에 장애 요인이 없는 곳’을 대상으로 사전청약을 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바 있다.
다른 두 곳의 상황도 순조롭지만은 않다. 인천 계양과 하남 교산은 지난 6월 보상 협의를 마무리했지만 이달 15일 기준 협의율이 각각 61.7%, 82.8%에 불과해 보상 완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인천 계양은 수용재결을 진행 중이고 하남 교산은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수용재결을 신청할 예정이다. LH는 내년 상반기까지 토지수용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남양주 왕숙과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은 오는 11~12월 보상 협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이 지구들은 현재 감정평가 등이 진행 중인데 창고나 비닐하우스, 건물 등 지장물에 대한 조사를 대부분 마쳤기 때문에 토지 확보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토지 보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부 토지주의 반발이 거센 탓이다. 대체로 낮은 보상 가격이나 불합리한 인센티브 분배, 높은 양도소득세 등에 대한 불만이 크다.
수용재결 신청이 승인되면 토지 소유권을 강제로 넘겨받을 수 있지만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소유권을 갖는다고 한들 주민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면 정부로서도 이들을 강제로 쫓아내긴 쉽지 않다. 행정소송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토지 보상 이슈로 개발계획이 지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최종 사업 승인까지는 시간 소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토지 보상 협의율이 가장 높은 하남 교산의 경우만 하더라도 주민 반발로 지장물 조사를 못하고 있다. 하남교산지구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장물 조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게 주민들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며 “이주대책, 생계대책 등을 포함해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지장물 조사를 허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성남 대장지구 개발사업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토지주들의 반발 움직임도 커지는 모양새다. 3기 신도시 토지 보상이 자칫 헐값에 원주민의 땅을 빼앗아 기득권층 배만 불리는, 이른바 ‘제2의 대장동 사태’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이들은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일부 지역 주민은 토지 보상 협의에 앞서 가격 책정 취소 행정소송에 나섰고 여러 사업지구 관계자가 모여 헐값 보상을 규탄하는 공동 행동을 열기도 했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토지 보상 관련 감정평가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공전협은 “3기 신도시 주민은 헐값에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강탈당하는 현실 앞에서 좌절과 절망감으로 밤잠을 이룰 수 없는 지경”이라며 “대형 감정평가법인이 사전평가된 보상비 틀 안에서 짜맞추기식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공익사업이라는 미명하에 땅을 수용당하는 주민의 주머니를 털어 배를 불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강제수용제도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토지보상전문가인 신태수 지존 대표는 “토지 소유권이 정부로 넘어와도 지장물 보상까지 끝나야 착공이 가능하고 그래야 입주도 가능하다”면서 “작은 면적에 지장물이 거의 없는 인천 계양을 제외한 다른 곳은 변수가 많아 입주시기를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 청약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과거 보금자리주택사업과 달리 지구계획 등 인허가 절차와 토지 보상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며 “연내 보상금 지급 착수 등 사전청약은 물론 본 청약까지 계획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토지 보상을 마무리하고 부지 조성공사에 착수해 2023년부터는 순차적으로 본 청약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 효과를 조기화하겠다는 사전청약제 도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사전청약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하되 여러 요인으로 일정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정확한 진단과 해결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사전청약이 본 청약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 요인에 대해 점검하고 이를 제거해야 한다”며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불안감을 없앨 리스크 보완책이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