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10월 서울 임대차 거래 살펴보니
39.2%가 월세 낀 계약…최근 5년내 최고치
새 임대차법 영향에 전세대출 규제 강화 겹쳐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를 낀 거래 비중이 40% 수준까지 올랐다. 지난해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나타난 월세화 현상이 최근 금융권의 가계대출 조이기까지 겹치면서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8~10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거래는 전날까지 총 3만3435건으로 이 가운데 준전세, 준월세를 포함한 월세 계약은 39.2%인 1만3099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8월 월세 거래 비중이 월간 기준 40%를 재돌파한 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같은 기간 대비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의 월세 거래 비중은 2017년 8~10월 30.4%였으며 2018년 26.8%로 다소 줄었다가 2019년부터는 27.1%, 32.9%, 39.2%로 3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지난해 7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법을 시행한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임대차법 시행 전 1년간의 월세 거래 비중은 평균 20%대 중후반 선으로 2019년 8월(30.0%)과 2020년 4월(32.7%) 두 차례 30%를 넘어선 게 전부였다. 그러나 임대차법 시행 이후로는 월세 거래 비중이 줄곧 30% 선을 넘고 있다.
전세 물건 품귀에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어난 셈이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가 맞물리면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어난 영향도 컸다.
최근 들어선 금융권의 전방위적 가계대출 조이기로 오른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해 월셋집을 계약하는 임차인도 늘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올해 8~10월 기준 서울 25개구 가운데 20개구에서 월세 거래 비중이 최근 5년 새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구(50.6%)가 가장 높았고 ▷중랑구 47.8% ▷강동구 46.2% ▷송파구 44.6% ▷은평구 42.8% ▷강남구 42.6% ▷구로구 40.7% 등의 순이었다.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권,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외곽지를 가리지 않고 월세 거래 비중이 확대된 셈이다.
정부가 전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조기 확대를 골자로 한 추가 대출 규제책을 내놓은 만큼 월세화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규제로 매매수요가 감소하면 일부 수요는 임대차로 옮겨가며 전세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전세대출 규제도 동반되고 있어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든 이들이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월세화 현상이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