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매매물량 추이 분석
서울 3개월 새 14.7% 늘어
인천·경기도 매물 쌓여
당분간 관망세 지속될 것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서울 전역을 비롯한 17개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매물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에 금리인상까지 맞물리며 매수세가 주춤해지자 매물이 쌓이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매도물량이 뚜렷히 늘었다기보다는 매수세가 위축되며 매물이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매물 증가를 통해 집값 하락을 당장 예측하긴 어렵지만 내년 대선 이후 부동산정책이 가시화될 때까지 시장 관망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17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3개월 사이(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량은 3만9792건에서 4만5648건으로 14.7% 늘었다.
이는 6월 1일 종부세 과세 기준일을 앞두고 세금 부과를 피하기 위해 매매물량이 쌓이는 지난 5월 4만8000여건까지 늘었던 수준에 육박하는 숫자다. 석 달간 전국 17개 시도, 서울 25개구 가운데 매물이 줄어든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문만 열어놓고 놀고 있는지 한참 됐다”며 “매도자는 호가를 내릴 생각이 없고 매수자는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과 앞으로 가격이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에 매수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서울에서 아파트 매물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1589건에서 2126건으로 33.7% 불어난 강서구가 꼽혔다. 이어 용산구(32.6%), 중랑구(27.7%) 노원구(24.6%) , 강북구(23.8%) 순이었다.
반면 강남에 대한 ‘똘똘한 한 채’ 수요는 여전해 강남 등에서는 매물의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서초구가 3263건에서 3652건으로 10.7% 늘어나며 18위를, 강남구(7.6%)와 송파구(7.5%)가 각각 21위와 2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매물 증가 추세는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인천은 지난 3개월 사이 매매물량이 1만1878건에서 1만7293건으로, 45.5% 증가하며 전국 시도별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경기도도 6만2383건에서 8만3881건으로, 34.4% 늘었다.
고가 주택이 집중돼 있는 강남 지역에 대한 수요는 여전한 반면 최근 급격한 가격 상승세를 보여 가격 하방 압력이 가해지는 서울 외곽지역과 인천·경기 지역으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매물 숫자는 매매수급지수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주 발표한 전국 아파트매매수급지수(13일 기준)는 97.5로, 지난주(99.2)보다 내렸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이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공급·수요 비중을 지수화(0~200)한 것이다. 기준선을 100으로 삼고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은 지난주도 매매수급지수가 95.2를 기록하며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매매수급지수에서도 노원·강북 등이 포함된 동북권은 94.3으로 서울 각 권역 가운데 최하위에 머무른 반면, 강남3구가 속한 동남권의 매매수급지수는 97.5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매물이 크게 늘어나고는 있지만 집값 하락의 신호탄이라 보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일반적으로 ‘매물이 늘면 집값이 하락한다’는 단순 논리에 빠지기 쉽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게 어떤 매물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최근 매물들은 호가를 높게 불러 오히려 가격을 끌어올리는 매물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고가가 많이 나온 지난 10월 가격을 확인한 매도자와 집값이 너무 올랐다고 느끼는 매수자의 호가 차이만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지난해도 연말에 매물이 늘었지만 당시 집값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물의 증가 추이로 집값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급매물건들이 나온다면 그땐 다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