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세·보유세 부담 완화 카드 꺼낸 여당

전월세시장 안정…‘상생임대인’제도 도입

정책 변화 속 갈피 못 잡는 매수·매도자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와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1년짜리 한시적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면서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조절 등 오락가락 정책 속에 시장 참여자들은 매도·매수·보유에 대한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스스로 기존 정책을 뒤엎는 내용을 여과 없이 쏟아내며 시장의 신뢰를 훼손함과 동시에 정부를 믿고 부동산 처분에 나선 국민과의 형평성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시장 참여자 모두가 관망세로 돌아서며 역대급 거래절벽 상황이 확실시되고 있다.

일관성·실효성 없는 반쪽 대책에 매도·매수 올스톱…역대급 거래절벽 온다 [부동산360]
서울 서초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21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전날 당정회의에서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보유세 상한선 및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으로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여당은 지난주 청와대의 반대 속에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방안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이 거래세·보유세 부담 동시 완화 카드를 꺼낸 건 부동산 가격 폭등에 세 부담 가중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언급된 내용을 토대로 보면 보유세 동결은 내년 한 해, 양도세 한시 완화도 길어야 1년 이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도 1년짜리 정책이 담겼다. 정부는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료를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 올린 ‘상생임대인’에게는 양도소득세 면제를 위한 실거주 요건 2년 중 1년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그 대상은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으로 한정된다. 이는 임대차2법 시행 2년차를 맞는 내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이 소멸된 전세물건이 시세에 맞춰 나오면서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놓은 ‘인센티브’ 방안이다.

시장에선 임대차 시장을 움직이는 다주택자 보유 물량이 정책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생임대인 제도가 이달 20일부터 내년 말까지 한시 적용되면서 정책 대상이지만 계약 기간 등에 따라 수혜를 누리지 못하는 임대인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더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 정책은 조정대상지역 내 공시가격 9억원 이하를 보유한 1가구 1주택자, 그중에서도 기존 임차인과의 계약 관계가 1년 내 마무리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면서 “대상을 이렇게 좁혀놓고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바라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적당히 부담이 안 되는 선에서 내놓은 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가 시장 안정 의지가 있다면 핵심 매물을 쥔 다주택자도 정책 대상에 포함했어야 했다”면서 “임대차3법은 건드릴 수 없고 적당히 부담이 안 되는 선에서 정책을 내놓으려고 하다 보니 애매한 단기 대책만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도세 한시 완화 추진과 관련해서는 정부 정책에 따라 최근까지 막대한 양도세를 내고 부동산을 처분한 사람 사이에서 소급적용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집을 매도한 한 집주인은 “보유세가 부담돼 어쩔 수 없이 올해 집 한 채를 팔았는데 정부 정책을 믿고 집을 판 사람들만 바보를 만들고 있다”라며 “똑같이 소급적용 혜택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부동산 카페 등에는 양도세 중과 완화에 대해 “역시 정부 말 안 듣고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 “작년과 올해 빚을 내 종부세를 내고 내년부터는 막막했는데 안 팔고 갖고 있길 잘했다”는 등의 글과 댓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매도·매수자들은 대선을 앞두고 나타나는 정책 변화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으로 거래가 어려운데 정책 변수까지 더해지며 ‘거래절벽’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올해 1월 5800건에 육박했지만 9월 3000건 아래로 줄어든 뒤 지난달 1200여건(잠정치)에 머물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책 불확실성 탓에 거래에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버티면 되는구나’하는 학습 효과가 굳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세 부담 완화 취지는 이해하나, 선거를 앞두고 땜질 처방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방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만 하더라도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면 당장 세 부담 증가는 막을 수 있으나, 내후년 급등할 보유세는 또 문제로 남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시장의 큰 흐름을 보고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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