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과정 중심 국제학교 많은 송도는 수요 한계에 주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강남불패’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지배하는 신화 중 하나다.

1970년대 강남 개발과 함께 서울의 유명 중·고등학교들이 대거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시작된 강남 집값 강세는, 이후 고교 평준화 정책과 함께 우리나라 부동산의 대세가 됐다. ‘강남 8학군’을 향한 학군 수요가 그 원동력이다.

국제학교 열풍에 新 ‘강남8학군’ 효과 누리는 제주 [부동산360]
제주 도심 모습

2000년대 각종 특수목적고등학교, 그리고 자립형사립고등학교 등이 등장하며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다시 평준화 교육이 강화되면서 ‘강남 8학군’의 기세는 지금도 변함없다. 새 학기를 앞둔 방학철만 되면 어김없이 강남·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세 가격이 들썩이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자녀 교육열이 지역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현대판 맹모삼천지교, ‘강남 8학군’ 효과는 이제 제주와 인천 송도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의 질을 흔드는 정부와 지자체 교육 정책의 영향 없이, 해외 유학을 보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국제학교가 밀집된 곳에 주택 수요가 몰리며 생긴 현상이다.

지난달 2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는 제주 국제학교 열풍을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다. 2008년부터 들어선 제주도의 국제학교 4곳에 4600여 명의 학생들이 몰렸고, 앞으로도 이 같은 국제학교가 제주도에 더 들어설 것이라는 내용이다.

노스런던칼리지에이트스쿨(NLCS), 브랭섬홀아시아(BHA),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JA), 한국국제학교(KIS) 등이 문전 성시를 이루고 있고, 여기에 서구 국제학교 2곳이 추가 개교를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국제학교 열풍에 新 ‘강남8학군’ 효과 누리는 제주 [부동산360]
제주도 내 한 타운하우스 모습

이 같은 제주 국제학교 열풍은 인근 집값까지 견인하고 있다. 서울에서 비행기나 배로만 왕래가 가능하기에, 자녀들의 통학을 위해 현지 주택 구입 또는 임대가 불가피한 섬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제주도의 한 공인중개사는 FT와 인터뷰에서 “부동산 가격이 국제학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아파트 가격이 2년 사이에 70% 올랐고, 타운하우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은 부족한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KB부동산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제주시와 서귀포시 아파트 가격은 2021년 한 해동안 24.3%나 상승했다. 16.4%의 서울을 웃도는 수치다. 특히 서울 및 전국 아파트 매매가 주춤했던 지난 12월에도 제주도 아파트 만큼은 1.5%나 오르는 초강세를 이어갔다.

다만 국내에서 또 다른 국제학교 밀집 지역인 인천 송도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송도에는 뉴욕주립대, 조지메이슨대, 유타대 등 5개 학교에 17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또 채드윅 송도국제학교와 자립형 사립고인 인천포스코고,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등도 있다.

하지만 송도신도시 아파트 가격은 최근 주춤한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수도권에서도 눈에 띄는 강세를 이어갔지만, 최근에는 대형 분양 단지에서 미계약자가 속출하고 있다.

제주와 달리 자동차로 서울 및 경기도에서 통학이 가능한 지리적 특성이 국제학교 인기가 현지 주택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송도신도시 국제학교는 대부분이 대학 과정이란 점도 특징이다. 가족이 아닌 학생 중심 주거 수요로, 기숙사나 작은 오피스텔이 주류를 이룬다.

국제학교 열풍에 新 ‘강남8학군’ 효과 누리는 제주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