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피스텔 낙찰가율 102.5%
경기도 99.9%…14년6개월 만에 최고
“아파트 대체 주거 수단 수요 많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2021년 마지막 법원 경매가 열리던 지난 12월 30일, 서울중앙지법 경매2계. 감정가 1억7600만원인 강남구 역삼동 ‘신논현마에스트로’ 19㎡(이하 전용면적)가 처음 경매에 나와 1억87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7%였다. 응찰자는 2명으로 많지 않았지만 모두 감정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입찰했다. 대출을 활용해 1억1000만원 정도만 있으면 매입할 수 있고, 월 75만원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 연간 기준 50% 가까이 매각대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
요즘 수도권 법원 경매시장에서 주거용 오피스텔 인기가 뜨겁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오피스텔의 평균 낙찰가율은 102.5%로, 전달(101.2%)에 이어 두 달 연속 100%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 6월(103.9%) 이후 11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경기도 오피스텔 인기도 고공 행진 중이다. 같은 기간 경기도 오피스텔 평균 낙찰가율은 99.9%로, 100%에 육박했다. 2007년 6월(101.5%) 이후 14년6개월래 가장 높다.
낙찰가율이 100% 이상이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는 건 시세 상승이 기대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의미한다. 감정가는 감정평가사들이 중개업소 조사, 거래 사례 등을 조사해 산정한 적정 가격이다.
시세보다 싸게 사기 위해 경매시장을 찾는 경매 참여자들은 웬만하면 감정가보다 싸게 낙찰받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경매는 법무비, 명도비용 등 매매시장에서 들어가지 않는 추가 부대비용이 있어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으면 자칫 매매시장보다 비싸게 사는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은 “평균 낙찰가율이 100% 이상이라는 건, 추가 비용을 고려해도 그 이상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클 때나 매매시장에도 살 만한 매물이 없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오피스텔 낙찰가율은 70% 전후 수준 기록했다. 2020년 한 해 서울과 경기의 오피스텔 월평균 낙찰가율은 각각 76.81%, 66.98%였다. 아파트 등 다른 주거시설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고 시세 상승폭이 크지 않아 보수적으로 입찰가를 써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 수도권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울 오피스텔 낙찰가율은 연초 80%대를 보이다 5월 90.42%, 6월 101.46% 등으로 고공 행진했다. 이후 8월 91.0% 9월 99.3%, 10월 98.5% 등으로 조정을 받다가 11월 이후 다시 100% 이상으로 높아졌다.
경기도도 6월 84.89%, 7월 77.0%, 8월 80.1%, 9월 77.7% 등 80% 전후를 오르락내리락하다가 10월 95.6%, 11월 82.3%, 12월 99.9% 등으로 다시 상승하는 분위기다.
오피스텔 중에서도 아파트 대체 주거시설 역할을 하는 중대형 오피스텔 인기가 높다. 예컨대 지난달 수도권 오피스텔 경매 중 낙찰가율이 가장 높았던 부천시 중동 ‘위브더스테이트’는 114㎡ 크기였다. 감정가 4억3100만원인 이 오피스텔은 6억3212만원에 낙찰돼 낙찰가율은 147%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오피스텔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수도권에 아파트 매물 부족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는데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는 계속 늘어나 오피스텔이 아파트 대체 주거 수단으로 각광받는 상황”이라며 “주택보다 규제를 덜 받기 때문에 임대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도 꾸준히 몰리고 있어 오피스텔 낙찰가율은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