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편에 서느냐’에 따라 다른 걸 봐

똑똑한 사람도 편가르면 편향성 보여

친화 집단에 헌신할 때 안전감 느껴

편가르기는 정치 분열·사회 갈등 조장

관점바꾸기· 신념 업데이트 노력 필요

[북적book적]“상대 편만 가짜뉴스”…모두 망치는 ‘내로남불’
“집단 응집은 집단 구성원들이 상당한 관성을 드러내는 신념을 유지하도록 요구한다. 집단의 훌륭한 구성원이 되려면 집단의 신념과 배치되는 생각에 부딪혔을 때, 당연하다 할 만큼 상당 정도의 우리편 편향을 드러내야 한다.”(‘우리편 편향’에서)

‘흔히 오늘날 우리 시대를 ‘탈진실’의 사회라고 부른다. 진실이 부정당하는 시대란 의미다. 인지심리학의 대가 키스 E. 스타노비치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탈진실 사회가 아니라 ‘우리편 편향’ 사회라는 것이다.진실을 경시하거나 진실에 무신경해진 게 아니라 선택적으로 진실을 골라 쓴다는 것이다.

즉 모든 뉴스가 가짜 뉴스가 아니라 오직 우리의 정적들에게서 나온 뉴스 만이 가짜 뉴스라고 보고, 우리의 진실, 우리의 뉴스만 믿는다. 우리의 견해를 지지해 주는 진실과 사실 만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내로남불’이다.

[북적book적]“상대 편만 가짜뉴스”…모두 망치는 ‘내로남불’

흥미로운 사실은 일반적으로 성숙한 인지 능력, 능동적 열린사고를 가진 똑똑한 사람일수록 편향이 덜한데, 우리편 편향은 다르다는 점이다. 스타노비치 교수는 최근 저서 ‘우리편 편향’(바다출판사)에서 10여년 연구 결과를 토대로, 종합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이들, 고도로 지적인 사람도 남들과 다를 바 없이 우리편 편향을 보인다는 점을 제시한다.

이는 다양한 나이대와 거의 모든 인구 집단을 막론하고 관찰된다. 다양한 학문 분야의 실증 연구에 따르면, 우리편 편향은 증거 탐색, 평가, 기억, 생성 등 모든 단계의 정보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다.

이를 입증하는 널리 알려진 연구가 있다.

앨버트 해스토프와 해들리 캔드는 1951년 악명 높은 미식축구 경기 영상을 피험자들에게 틀어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여러 선수들의 골절 부상과 벌점이 숱하게 쏟아진 잔혹한 경기로 주목 받은 프린스턴과 다트머스의 경기다. 각각 두 학교에 속한 학생 집단을 대상으로 규칙 위반 사례를 볼 때마다 표시하도록 한 결과, 피험자들은 자신이 속한 팀에 더 유리하게 반칙의 숫자를 셌다. 이 고전적 연구는 사람들이 아무리 동일한 걸 봐도 자신이 어느 편에 서 있는지에 따라 다르게 본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다른 예는 매사추세츠주에서 발생한 시위 영상 자료를 피험자들에게 보여준 연구다. 피험자들이 유일하게 알 수 있는 정보는 건물 앞에서 시위자와 경찰이 충돌한다는 사실 뿐이다. 한 집단은 낙태 병원 앞 낙태 반대 시위라고 들었고, 다른 한 집단은 신병 모집 센터 앞에서 동성애 병사들의 군 복무 금지 반대 시위라고 들었다. 실험 결과 피험자들이 지닌 사회적 태도, 즉 보수주의인지 자유주의인지에 따라 해석이 달랐다.

자유주의적인 피험자들은 시위대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고 보수주의 피험자들은 그 반대였다. 어느 쪽에 서 있느냐에 따라 상황을 다르게 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편 편향은 정치 영역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흔히 트럼프 지지자들은 무지하고 비합리적이며 편향된 시각을 가진 집단으로 공격을 받곤 하는데, 저자에 따르면 여러 실험에서 이들은 민주당 자유주의자들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대부분은 이전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며, 당파적 편향의 정도는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에게서 비슷했다. 트럼프 투표자가 힐러리 투표자보다 비합리적임을 말해주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편 편향은 굳은 확신을 가지고 고수하는 신념과 관련이 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편 편향은 그 행위자가 아닌 그 행위자 안에 기거하는 밈의 이해에 봉사한다. 도킨스식으로 말하면, 신념이 우리를 선택하는 것이다. 신념은 무의식적으로 습득되는데, 생물학적 특성과 사회적 학습,즉 부모나 친구, 학교 등에서 영향을 받는다.

저자는 우리편 편향의 주 원천으로 집단 정체성을 지목한다. 사람들은 특정 신념을 지지하는 친화 집단에 헌신할 때 안전함을 느낀다. 그런데 접하는 정보 중에 이런 신념을 약화시킬 수 있는 증거가 나타날 수 있다. 이때 ‘신념 업데이트’를 통해 균형추를 작동시키면 내 정체성을 규정하는 집단으로부터 배척당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집단에 친화적인 생각만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편향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입장이 늘 일관성을 가진 건 아니다. 정치인들처럼 이념적이지 않기 때문에 특정 이슈가 자신에게 직접 영향을 끼칠 경향이 있을 때만 입장을 취하고 이슈에 따라 달라진다. 환경과 인종차별, 성차별 등의 이슈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우리편 편향을 추동하는 사회적 구조가 심화되는 현실을 우려한다. 이는 의사소통의 공유지 비극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공공자원이 개인의 사리사욕으로 남용돼 쉽게 고갈되는 공유지의 비극처럼 개인의 이익에 따른 편가르기 행동은 진실에 합의할 수 없는 정치적 분열과 갈등 사회를 만들어낸다. 또한 공공정책 관련 논쟁에서 증거에 기반한 합리적 선택을 불가능하게 만듦으로써 결국 더 큰 비용과 난국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편 편향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내 안의 충돌하는 가치관을 깨닫고 자신의 신념을 꾸준히 의심함으로써 신념이 확신으로 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정치적 이슈와 관련, 관점을 바꿔 보는 게 필요하다. 우리 뇌는 비용이 적게 드는 정보 처리를 디폴트로 삼기 때문에 관점 바꾸기는 평소에 습관화해야 한다.

특히 이런 관점 바꾸기는 사회적 정체성에서 변절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인지적 분리를 꾸준히 의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우리편 편향/키스 E. 스타노비치 지음, 김홍옥 옮김/바다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