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전세·월세수급지수 100 아래로
가격 상승폭도 일제히 전월대비 둔화
12월 실거래가지수, 9년만에 최대 낙폭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전국 주택 시장에서 ‘매수자·세입자 우위’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집값 급등 피로감에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대선 변수 등이 겹치면서 매수세와 거래활동 위축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달 전국의 주택 매매·전세·월세 가격 상승폭이 일제히 전월보다 둔화하고, 서울 아파트값은 1년 8개월 만에 보합 전환했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의 1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전국의 매매·전세·월세수급지수는 각각 95.2, 96.9, 99.9를 기록해 일제히 기준선(100) 아래 머물렀다. 지난해 12월 매매·전세수급지수(96.6, 98.9)가 1년 4개월 만에 100 아래로 추락한 뒤 내림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월세수급지수도 지난달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분석 등을 통해 수요·공급 비중을 지수화(0~200)한 것이다. 지수가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가 0에 가까워질수록 시장에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의미다.
서울은 매매수급지수가 90.9를 기록해 석 달 연속으로 기준선 아래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세·월세수급지수는 각각 92.9, 98.6으로, 전달(96.0, 98.8)보다 더 하락했다. 집값 고점 인식에 더해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대선 변수 등이 맞물리면서 매매시장에서는 ‘매수자 우위’, 전·월세시장에선 ‘세입자 우위’가 굳어진 모습이다.
주택 매매심리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발표한 ‘1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5.8로 전달(109.4)보다 3.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9년 5월(97.3)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9월(8월 141.4→9월 139.3)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5 이상이면 상승국면, 95~115 미만이면 보합국면, 95 미만이면 하강국면으로 본다. 전국 주택 매매심리는 지난해 12월 109.4를 기록하며 상승국면을 마감하고 보합국면에 접어들었다. 전세시장의 심리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전국 전세시장 소비심리지수는 98.9로,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매매심리 위축 속에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지고, 거래가 급매 위주로 간헐적으로 이뤄지면서 집값 상승폭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전국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 포함)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10% 올랐다. 지난해 8월 0.96% 오른 이후 5개월 연속 상승폭을 줄인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월간 기준으로 1년 8개월 만에 보합 전환했다. 전국 주택 전세·월세가격은 각각 0.07%, 0.16% 올라 전월(0.22%)보다 오름폭이 낮아졌다. 최근 월세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으나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상승폭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월보다) 더 빠질 것”이라고 예고했던 12월 전국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전월 대비 0.9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자, 2012년 12월에 1.05% 내린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린 것이다.
수도권의 실거래가 지수는 11월보다 1.36% 하락해 2010년 5월(-1.47%) 이후 11년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서울은 전월보다 실거래가격 지수가 0.95% 내리면서 2019년 1월(-1.05%)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