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인터뷰
尹정부 부동산 정책 속도조절론에 긍정 평가
“시장반응 조사 차원…순차적으로 풀어도 돼”
“올해 부동산 시장 지역별 양극화 심화될 것”
17일 ‘헤럴드 부동산포럼2022’서 주제 발표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부동산 정책이요? 빨리 할 이유도 없고 빨리 해서도 안 돼요. 온 천지를 태운 산불이 이제 좀 진화되려나 하는데, 기름 부으면 나라 망합니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책임론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어요.”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단호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를 약속했던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속도조절론을 꺼내든 데 대해 시장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홍 대표는 오히려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이 아직 과열돼 있어 당장의 급격한 규제 완화는 집값 재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홍 대표의 생각이다.
홍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일부 지역은 (집값이) 꺾이는 징후가 나오지만 여전히 수도권에선 코어(핵심) 자산 위주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며 “지금은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상향 등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재보는, 일종의 조사 단계”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윤 대통령의 공약에서 중요한 게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민간 주택 공급인데 이를 촉진하더라도 윤석열 정부 내 입주하긴 어렵다”며 “지금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시장에는 ‘조금 더 기다리세요’라는 얘긴데 집값은 올리게 될 수밖에 없지 않냐”고 꼬집었다. 정부로서는 어떤 수단으로 집값을 누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 필요하다는 얘기다.
홍 대표는 “시장의 힘이 좋기 때문에 정부 정책만으로는 안 되고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으로 도와줘야 한다”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함으로써 이른바 ‘차익 실현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도록 하는 정책 조합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냉정하게 말해 윤석열 정부 초반 2년, 즉 차기 총선까지는 그 이상의 정책 변화가 뒤따르긴 어렵다고 홍 대표는 단언했다. 여소야대 국회도 걸림돌이지만 시장 불안정성이 더욱 큰 변수라고 봤다.
그는 “지난 2년간 집값이 30% 올랐다. 만에 하나 불황이 온다면, 당장 금리가 상승하면 버틸 수 있겠냐”면서 “이게 5년 안에 터지면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된다. 그걸 아는 정부가 쉽게 규제를 완화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단 매물을 풀고 가격이 조정받으면 그때 공급대책이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등 각종 규제 완화를 순차적으로 풀어도 된다”고 부연했다. 윤석열 정부가 집값 급등세를 억제하는 정책부터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LTV에 대해서도 ‘폐지가 옳다’는 게 홍 대표의 소신이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했다. 홍 대표는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으니 집값이 잡힐 때 천천히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올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홍 대표는 봤다. 다만 물가상승률 이상의 주택가격 상승은 ‘비정상’이라고 규정했다. 정부가 가격 안정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홍 대표는 힘줘 말했다.
그는 ‘집값 안정화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묻자 “물가상승률 이하로 올해는 4%”라며 “집값 상승률이 4% 이하라면 정부 입장에선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 집값이 20% 올랐는데 올해도 4% 오른다면 진짜 미친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의 버블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는 “올해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로 편차가 커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주택자 매물 출회에 따른 타격이 클 지역으로는 2기 신도시를 꼽았다. 그는 “다주택자는 통상 차익이 많이 나거나 가격이 고점이라고 여겨지는 물건을 내놓는데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지역이 집값이 내내 안 오르다가 지난해 급등한 2기 신도시”라며 “지방에서도 가격이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는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세한 이야기는 오는 1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리는 ‘헤럴드 부동산포럼 2022-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서 들을 수 있다.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코노미스트가 바라보는 현 주택시장 진단과 부동산 정책 제언’에 대해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