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우리나라는 새우 소비 규모로는 가히 대국(大國)이라 할 수 있다. 한 해에 1조원에 달하는 새우를 수입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중국, 일본,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전 세계 6번째 규모다. 국내서 양식되는 새우까지 합치면 한국인은 연간 약 8만t의 새우를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성인 남성 110만명의 몸무게와 같다.
한국인이 이토록 즐겨 먹는 새우는 바다 생태계와 기후 위기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새우 양식장을 만드는 과정에 남미나 동남아의 맹그로브숲이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맹그로브 숲 1만㎡는 연간 1472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반면, 1만㎡의 맹그로브 숲이 파괴된 자리에서 생산되는 새우는 0.5t에 불과하다. 새우를 질병 없이 키우기 위해 투입한 항생제와 화학물이 바다와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환경 때문에 새우를 먹지 말자고 했을 때,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을 동참시킬 수 있을까. 새우 소비를 멈출 수 없다면, 새우 양식 관행이라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같은 고민 끝에, 새우도 친환경적으로 양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곳이 있다. 바로 한국 스타트업 AD수산이다. 양식장에 공학 노하우를 적용해 화학물 없이도 높은 수질을 유지하고, 새우의 배설물은 다시마와 조개가 분해하도록 하는 등 자연을 모방했다. 물이 더러워지지 않으니 오폐수를 바다로 방류할 일도 없고, 깨끗한 새 양식장을 찾아 숲을 벌목할 일도 없다.
AD수산을 창업한 이두현 대표를 만나 지속가능한 새우 양식의 가능성을 엿봤다.
-간단한 회사 소개 부탁합니다.
“저희는 2019년 9월에 설립한 친환경 새우 양식 기업입니다. 저희가 양식하는 새우는 흰다리새우라는 종인데요. 전 세계서 유통되는 새우의 80%가 이 흰다리새우로, 질병에 강해 양식으로 키우기 쉽기 때문입니다. 흰다리새우 양식에 최적화된 수온은 28도로 높아서 우리나라 노지 양식장에선 시기적 제한이 있는데, 저희는 실내 양식장이기 때문에 계절과 무관하고요.”
-양식장은 어느 지역에 있나요?
“현재 전북 고창을 생산 기지로 삼고 있는데요. 저희의 목표는 한국을 베이스로 글로벌로 나가는 겁니다. 전 세계에서 새우를 가장 많이 먹는 유럽 시장이 메인 타겟인데요, 유럽 바로 건너편인 북아프리카 튀니지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자회사를 세웠어요. 사우디에선 내년에 연 1000t 규모 공급이 계약돼 있어 연말에 홍해 바로 옆에 양식장이 완공될 거고요, 알제리에서도 올해 양식장 착공이 예정돼 있습니다. 유럽의 새우 소비는 99%가 냉동 수입품인데, 저희는 산지에서 24시간 내에 활새우를 공급할 수 있게 됐죠.”
-친환경 새우 양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계신데요. 기존 양식은 환경에 왜 안 좋은 거죠?
“전통적인 노지 양식의 방식을 보면, 땅을 파고 둑을 쌓은 뒤 바닷물을 들여오고, 그 물에 새끼 새우를 집어넣고 사료를 주는 시스템입니다. 근데 이 과정에서 사료 찌꺼기와 새우 배설물들이 쌓이게 되고, 새우 양식에 골칫거리인 암모니아, 아질산 수치도 높아집니다. 그걸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그냥 바다에다 방류하죠. 노지 양식장이 매일 바다로 버리는 물의 양은 양식장 전체 물의 50%, 많게는 100%에 달합니다.
바다로 내보내는 게 새우 배설물 뿐이라면 그나마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더러워진 물에서도 새우가 자라나도록 항생제와 화학물질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붓는데, 이게 바다로 흘러나가 생태계를 해치죠. 이런 더러운 물을 옆 양식장이 다시 끌어오고, 결국 모두가 점점 더 많은 항생제와 화학물을 투입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폐사율이 갈수록 높아져서, 요즘엔 ‘노지 양식은 3년에 한 번 성공하면 로또’라는 말 까지 나올 정도예요. 실제 요즘 고창 노지 양식장은 바이러스 때문에 폐사율이 90% 이상입니다. 자연으로부터 보복을 당하고 있는 셈이죠.”
-AD수산의 방식은 기존 양식과 뭐가 다른가요.
“저희는 물을 아예 갈지 않는 ‘무(無) 환수’가 게 목표예요.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3~4개월의 양식 기간 동안 내버리는 물은 5% 내외입니다.
이렇게 수질을 관리할 수 있는 배경에는, 우선 노지가 아니라 실내 양식이라는 특징이 있어요. 흰반점 바이러스의 숙주인 게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옮기거나, 장마철 폭우로 염도나 수온, 산성도 관리가 안 돼 새우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죠. 실내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변수를 통제하면, 항생제와 화학물을 쓸 필요도 없어집니다. 자연스레 생산 효율도 높아지죠. 노지 양식장에서 1㎡당 새우 30마리를 넣을 때 저희는 300마리에서 500마리까지 넣어요.”
AD수산은 수질 관리를 위한 사물인터넷(IoT) 양식 관리 플랫폼을 직접 개발했다. 암모니아 및 아질산 수치와 PH농도, 온도, 용존산소율 등 변수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총 40여가지 변수를 정기적으로 통제한다. 현재는 베타 버전까지만 구축된 상태로, 올해 중에는 각각의 변수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머신러닝으로 학습해 시나리오별로 최적의 대응책을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기존에도 실내에서 이뤄지는 스마트 양식이 있었던 듯한데요.
“지금까지 말씀드린 수질 관리 노하우는 저희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인데요. 이밖에 양식 수조를 설계하는 기술, 즉 하드웨어 측면도 환경 친화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희 양식장은 새끼 새우를 한 달간 키우는 보육 수조(Nursery)와, 상품 단계까지 키워내는 본 양성 수조(Growout), 그리고 본 양성 수조에서 생겨난 새우 배설물들을 단계별로 여과하는 수조(Biofilter)가 한 세트, 즉 모듈로 구성돼 있어요.
본양성 수조는 경사를 줘 설계했는데, 원심력으로 인해 찌꺼기나 오폐물(슬러지)이 바이오필터로 넘어가고요. 이 바이오필터에 해조류와 어패류를 집어 넣어 슬러지를 소비시킵니다. 그렇게 바이오필터를 거쳐 깨끗해진 물은 다시 본양성 수조로 들어옵니다. 자연을 모방한 것입니다.”
AD수산은 해조류와 어패류가 미처 먹어 치우지 못한 새우 배설물과 찌꺼기를 따로 모아 말린 뒤, 주변 농가가 비료로 쓸 수 있도록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항생제 사용의 빌미가 됐던 새우 배설물이 영양이 풍부한 천연 농사 비료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양식장 설계부터 시공, 운영까지 저희가 직접 진행해 직영하고 있고요. 해외에도 설계·시공·운영을 묶어 서비스 해 기술 수출 매출을 일으키기도 했어요. 모듈 단위로 노하우를 집약하고 있으니, 규모를 키울 때에는 복사, 붙여넣기만 하면 돼 확장성도 좋습니다.”
-데이터 기반 관리에 엔지니어링 기술력까지 더해진 거군요.. 대표님의 전공 약력이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미국에 건너가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요, 이후 첫 직장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설계했습니다. 사실 의료기기 쪽에 관심이 더 많아 일을 그만두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수술 로봇을 연구했는데, 석사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는 다시 방사선 감시 설비 업체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원전 컨설팅을 했네요.
그러다 ‘하버드가 아니라 북경대로 가라’는 책을 읽고 중국에 꽂혀, 무작정 중국으로 떠났어요. 중국서도 스위스계 엔지니어링 컨설팅펌에 근무했는데, AD수산의 공동 창업자이자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저희 최고운영책임자(COO), 오트만(Othman Ben Abbes)을 거기서 만났습니다.
새우 양식 사업의 아이디어는 오트만의 상상에서 출발했어요. 오트만도 기계 공학을 공부했는데, 담수화 플랜트 프로젝트에 관여하던 당시 담수를 뽑아내고 남은 염도 높은 물을 이용해 새우를 길러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실내 양식장이죠. 2018년에 떠올린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다 지금 AD수산까지 왔습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험을 쌓아온 두 엔지니어의 상상력은 기후위기 대응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을 매료시켰다. 지난 2020년 임팩트 투자 전문 벤처캐피탈인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로부터 초기 투자금을 유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블리스바인벤처스와 이탈리아 패밀리오피스인 RA.MO SpA로부터 프리 시리즈A 라운드 투자를 받았다. 이로써 누적 투자금액은 22억원에 이른다. AD수산은 올해 중 수십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금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흰다리새우 양식을 위한 최적의 수온이 28도라고 하셨는데, 수온을 올리기 위한 전기 소비량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친환경을 모토로 내세운 만큼 고민이 적지 않겠네요.
“양식 산업이 전기를 어마어마하게 쓰는 건 사실이에요. 알에서 새끼 새우를 부화시키는, 이른바 ‘해처리’를 예로 들어 볼까요. 부화장에선 양식이 시작되기 전인 겨울에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0도의 물을 들여와 28도로 올리는 작업을 매일 하죠.
저희도 고민이 많습니다. 고창 양식장에는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를 자가 공급하는 게 목표였는데, 인허가 문제 때문에 실현하진 못했어요. 그래도 여전히 기술적 해법들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10도짜리 물을 5도로 내림으로써 양식장 물을 20도에서 25도로 올리는 ‘히트펌프’도 고민하고 있고요. 사료 찌꺼기나 새우 배설물을 이용해 양식장에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구축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로 터빈을 돌려 생산한 전기를 양식장에 공급하는 거죠. 80도 정도 되는 화력발전소의 예열을 이용해 양식장 물을 데우는 방편도 있는데, 다음 사업지를 확정하게 되면 보다 구체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D수산은 새우 양식 산업 자체가 친환경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기존 노지 양식장과의 협업 모델도 고민하고 있다.
“저희가 독점적으로 수급하는 논지엠오(Non-GMO) 사료를 함께 사용할 수도 있고요. 저희가 노지 양식장을 방문해 수질 검사 등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죠. 아예 저희 시스템을 적용하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초기 투자 비용이 적진 않겠지만, 생산 효율과 감가상각 등을 고려했을 때 2년 반 정도면 비용을 회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젠 제품으로서의 새우에 대해 얘기해보죠. 양식 밀도가 높다고 하셨는데, 그만큼 품질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요?
“결국 품질 좋은 새우를 양식하는 핵심은 물입니다. 저희는 바닷물을 그대로 쓰지 않아요. 저희 표현으로는 ‘물을 만들어준다’고 하는데, 해양 생태계의 가장 밑단인 미세 조류부터 동물성 플랑크톤까지, 바닷물 안에 풍부한 생태계를 구축해주죠. 특히, 굳이 운동하지 않아도 섭취할 수 있는 사료에 비해 동물성 플랑크톤은 쫓아다니며 먹어야 해서 새우의 면역력이 강해집니다. 양식 밀도가 높은 만큼 더 영양이 풍부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탁도, 수염의 길이, 윤기 등 외형에서 상품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어요.”
-현재 어떤 채널로 유통되고 있나요? 매출 규모도 궁금합니다.
“온라인 자사몰을 운영하고 있고, 쿠팡과 마켓컬리를 통해서도 판매했습니다. 오프라인 쪽으로는 갤러리아 백화점과 NC백화점, 하나로마트, 롯데백화점에 들어갔고요. 아직 저희 생산량이 연간 100t 정도로 크지 않아서 매출 규모는 작습니다. 본격적으로 매출이 난 것은 올해부터인데, 올해 25억~3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당장 매출보다는, 올해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저희 양식장이 탈 없이 지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른 지역으로의 진출 계획은?
“세계 최대 새우 소비 시장인 유럽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99% 해외에서 냉동 새우를 수입하는데요. 지속가능성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준이 워낙 깐깐해, 양식 업자들이 성장하기 힘든 구조더라고요. 하지만 저희는 그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사업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년 중에, 벨기에에서 새우 양식으로 인허가를 받아보려고 해요. 유럽에서 상업적 규모로 친환경 새우를 양식하는 선두주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습니다.”
AD수산은 직접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플랫폼에는 AD수산이 운영하는 전 세계 각지 새우 양식장의 생산 현황과 품질 이력 등 정보가 게재돼 있고, 전 세계 바이어들이 실시간으로 이를 조회해 주문을 넣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구축된, 글로벌 버전의 노량진 수산시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AD수산의 꿈은?
“유통까지 손 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본질적인 목표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새우 양식법을 전 세계에 보급하는 거예요. 저희의 하드웨어 기술력을 이용하면 전 세계 어디에서든 똑같이 맛있고 건강한 새우를 키워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글로벌로 진출해서는 ‘넘버원 씨푸드 프로듀서’로 성장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