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배럴 당 80달러대까지 떨어졌지만
천연가스 가격은 2008년 이후 최고가
SMP ㎾당 200원대…현물 거래 비중 커져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천연가스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동절기 난방 수요까지 겹치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전력도매가격(SMP)을 부추겨 전기 요금 상승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2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9일 90.7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공급 차질 우려로 국제 유가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까지 급등하다 약세로 돌아섰다. 하이탐 알가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현재 시장에 두려움과 우려가 있다”며 “많은 추측과 불안이 유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천연가스 가격은 폭염과 유럽 수출 증가로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전날 100만BTU(열량단위) 당 9.329달러로 2008년 8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말보다 70% 가량 높은 수준이다.
한원희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국제 현물 LNG 가격은 5월 이후 서방 제재에 맞선 러시아의 보복 대응이 강도를 더해감에 따라 유럽의 가스 수급 불안이 재점화되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며 “유럽의 LNG 수요 급증으로 인해 아시아와의 LNG 구매 경쟁이 격화되어 당분간 국제 현물 LNG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유가 하락으로 인한 물가 압력 해소를 천연가스 가격이 희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전체 전력 생산 중 38%가 천연가스 사용하는데, 난방비까지 겹치면 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도 있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체 가구의 50%가 난방에 천연가스를 쓰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심리가 상당히 위축된 상황에서 난방비 부담까지 겹치면 겨울철이 다가올수록 소비 위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높은 LNG가격은 국내에서는 전기요금 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발전시장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전력을 사들이는 가격인 SMP는 통상 LNG가격과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LNG가격이 치솟으면서 SMP는 이달 들어 역대 최고 수준인 1㎾당 200원대까지 올라갔다. 반면 전기요금은 120원대에 머물러 있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 경우 한전의 적자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전은 지난 1분기 7조8000억원 적자에 이어 2분기에도 6조5000억원 적자를 냈다.
발전업계에서는 LNG가격이 오르면서 장기 공급 계약의 비중은 줄어들고 현물 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가스공사와 민간 발전사들은 지난 해부터 이어진 LNG대란에 장기 고정 계약으로 물량을 확보하면서 가격 부담을 완화해 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기 고정 계약 대 현물 거래 비중은 8대 2, 7대 3 수준에서 점점 현물 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글로벌 LNG 시장은 판매자 우위 시장이 된 데다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