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모습 드러낸 ‘깡통전세’ 우려지역

강서구 등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증가세

정보 불균형 해소로 전세피해 방지에 초점

국토부, 서울시 ‘전세피해’ 방지책 쏟아내는데…현 세입자 보호는 어쩌나 [부동산360]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을 뛰어 넘는 깡통전세가 사회 문제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와 지자체가 잇달아 대책을 내놓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예방책에 그치면서 기존 세입자들에 대한 보호방안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이 90.2%에 달하는 인천 서구 검암동 일대 빌라 단지.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주택시장 침체 속에 집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최근 평균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넘어 전세 피해 위험이 커진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임대차계약 종료 이후에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사고도 잦아지면서 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퉈 전세 피해 방지대책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잇따라 나온 대책은 임대차시장의 정보 불균형 해소와 세입자 권리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세입자가 위험 매물을 회피할 수 있도록 ‘1차 방어선’은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미 전세로 거주 중인 세입자 보호를 위한 대책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토부, 서울시 ‘전세피해’ 방지책 쏟아내는데…현 세입자 보호는 어쩌나 [부동산360]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전셋값〉집값…모습 드러낸 ‘깡통전세’ 우려지역=15일 국토교통부가 이날부터 일반에 공개한 지역별 전세가율 현황(최근 3개월 기준)에 따르면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전국 74.4%, 수도권 69.4%, 지방 78.4% 수준으로 집계됐다. ‘빌라’로 통칭하는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율은 전국 83.1%, 수도권 83.7%, 지방 78.4% 등으로 아파트 전세가율보다 높았다. 전세가율은 매매 가격에 대한 전세가격의 비율로, 통상 수치가 클수록 매매 가격 하락 시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본다.

시군구별 아파트 전세가율은 인천의 중구(93.8%)·동구(93.5%)·미추홀구(92.2%)·연수구(90.4%)·남동구(90.4%) 등 5개구가 90%를 넘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연립·다세대주택 전세가율 통계에서는 전세가율이 100% 이상인, 일명 ‘깡통전세’ 우려지역도 속속 포착됐다. 전국에서 청주시 흥덕구(128.0%)·청원구(121.5%), 충주시(107.7%), 제천시(104.5%), 보은군(104.5%) 등 충북 5개 시군이 해당 지역에 포함됐다.

읍면동 기준으로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의 아파트 전세가율이 103.4%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100%를 웃돌았고,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율의 경우 서울에서는 강서구 등촌동이 105.0%로 100%를 넘었다.

이에 임대차계약 종료 후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보증 사고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에만 전국에서 총 511건(1089억원)의 보증 사고가 발생했으며, 보증 사고율은 3.5%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 강서구(60건·9.4%), 인천 미추홀구(53건·21.0%), 경기 부천시(51건·10.5%) 등에서 보증 사고가 잦았다.

국토부가 이날 함께 공개한 경매낙찰 통계를 보면, 최근 3개월 동안 전국의 평균 경매낙찰가율(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격)은 82.7%로, 최근 1년간의 평균 낙찰가율과 비교해 3.5%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선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 임차인이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액을 유추해볼 수 있는데 낙찰가율이 더 낮아졌다는 건 임차인이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이 더 적어졌다는 의미다.

▶임대차시장 정보 불균형 해소…전세 피해 방지=이날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지역별 전세가율과 보증 사고 현황, 경매낙찰 통계 등 정보 공개에 나선 것은 임대차계약 체결 시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정보를 제공해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 등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관계 부처가 지난 7월과 9월 각각 발표한 ‘주거 분야 민생안정 방안’과 ‘전세 사기 피해 방지방안’ 역시 골자는 비슷하다. 임차인이 위험한 전세계약을 체결하지 않도록 사전 관리하고, 전세 사기 피해를 예방·지원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따른 세부 내용은 ▷자가진단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 구축(시세정보·악성임대인 명단 등 확인) ▷선순위 권리관계 확인권한 부여 ▷신축 빌라 등 주택 가격 산정 체계 개선 ▷고전세가율 지역 관리 ▷최우선 변제금액 상향 ▷임차인 대항력 보강 등이다.

서울시는 깡통전세, 전세 사기와 관련된 불법 중개행위를 올해 말까지 집중 수사하고, 전세 가격 적정 여부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시행한다. 또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신청자가 전세 사기 등으로 피해를 볼 경우 기존 대출상환 및 이자 지원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미 계약했는데…기존 세입자 보호대책은 여전히 부족=정부와 지자체는 계약 주체 간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안전한 거래 환경을 구축하면 적어도 세입자가 위험 매물은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앞서 깡통전세 우려지역 등에서 전세계약을 맺은 세입자는 당장 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아 전세 피해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전세 사기 등으로부터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이미 집을 구한 세입자라면 전세가율이 100%를 넘은 곳에 머물거나 전세계약기간의 절반이 지났다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어렵다.

앞서 정부는 임차인 대항력 보강 차원에서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에 ‘임차인의 대항력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임대인은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 등을 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명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임차인이 전입 신고하는 즉시 대항력을 갖추는 것은 현행 민법과 전산 시스템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조치에 나섰다.

근본적으로는 양질의 전세 매물 공급이 동반돼야만 악성 매물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 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세입자로서는 질 좋은 전세 주택을 찾고 싶어도 선택지가 많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선순위 임차인, 근저당이 있는 물건을 선택하는 사례도 많다”면서 “전세 피해 예방과 함께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도 함께 이뤄져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서울시 ‘전세피해’ 방지책 쏟아내는데…현 세입자 보호는 어쩌나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