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저가 거래 이어지자 ‘급급매’ 더 늘어
“모두가 재건축…매매가 하락 방어 힘들어”
주민들은 “하락기에 재건축 속도 내야”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바로 앞 단지는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 소식까지 나왔는데, 정작 실거래가는 크게 하락해 주민들이 아예 포기한 분위기입니다. 재건축은 하겠지만, 그건 10년 뒤 얘기고 당장 가격이 떨어지니 얼마에 내놔야 금방 팔리느냐는 문의 전화만 많네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 대표는 최근 주변 아파트 상황을 두고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최근 상계주공 단지들을 중심으로 재건축 드라이브에 나서며 가격 하락 방어에 나섰지만, 급매를 중심으로 하락 거래가 계속되자 재건축 사업을 기다리지 않고 집을 내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벨리체 전용 114㎡는 지난달 말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신고가인 10억2000만원과 비교하면 2억 가까이 떨어진 가격으로, 하락률은 16%에 달한다. 지난해 4월 거래 가격인 9억8000만원과 비교하더라도 최근 크게 떨어진 가격인 탓에 주민들의 하락 우려는 더 커진 상황이다.
사정은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다른 단지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계주공 13단지의 경우, 통과 직전 5억24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45㎡가 최근 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7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신고가(5억9700)와 비교하면 하락률은 24.6%에 달한다.
상계동의 다른 공인 대표는 “주공 단지 대부분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차별화가 안 되는 탓이 있다”라며 “최근 모든 단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거래가 이뤄진 경우는 운이 좋은 편으로, 실제 급매가와 비교하면 40%까지 빠진 단지도 있다”라고 했다.
최근 주공 단지들을 중심으로 통합재건축 시동을 건 도봉구 창동 역시 주민들 사이에서 하락에 대한 우려감이 큰 상황이다. 창동주공18단지의 경우 지난 4월 전용 41㎡가 6억2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최근 같은 크기가 4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며 신저가를 경신했다. 6억 중반대로 다수의 거래가 형성됐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하락폭은 30%에 달하는데, 신저가 거래가 이뤄지자 재건축 추진 소식에도 이른바 ‘급급매’는 오히려 더 늘어난 모양새다.
창동의 경우 작은 크기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락폭이 큰데, 주공 2단지 전용 41㎡은 최근 4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 4월 신고가(6억2800) 대비 1억3800만원 하락했다. 4단지 역시 같은 크기 아파트가 지난 3월에는 5억3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최근에는 3억3000만원에 하락 거래됐다.
연이은 하락 거래에 주민들은 “그래도 재건축이 답”이라는 반응이다. 도봉구 창동의 한 주택 재건축조합 추진위 관계자는 “최근 추진위를 중심으로 대책 회의가 주기적으로 열리고 있는데, 하락기에 열심히 사업을 추진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단지들이 뭉쳐 규제 완화 등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