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리모델링 추진…인허가 실패하며 사업 지연
주민 사이에선 “차라리 재건축”…시공사도 “사업 불가”
조합, 27억 대여금 반환 위해 분담금 각출 방안 추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 2006년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에 나서며 강동구 첫 리모델링 단지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동 프라자아파트가 16년만에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을 맡은 DL이앤씨는 수십억대 대여금을 지급하며 리모델링 사업을 지원했지만, 조합의 사업 추진 의지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조합은 대여금 반환을 위해 소유 아파트를 매각하고 조합원들로부터 반환금을 갹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최근 둔촌동 프라자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대여금 반환을 요청했다. 지난 2006년 조합 설립과 시공사 선정 이후 27억여원의 대여금을 지급했는데, 정작 조합이 리모델링 사업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시간만 지체했다는 것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조합이 사업을 진전시키지 못한 채 시간만 끌었고, 최근에는 내부적으로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을 선호한다는 결론을 내리는 등 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해지 통보를 하게 됐다”라며 “시공사 입장에서는 16년 동안 시간이 지체되며 큰 손해를 봤지만, 이자 없이 대여금만 반환받고 해지를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984년 준공돼 올해 38년째를 맞은 단지는 지난 2004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지난 2005년 당시 대림산업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안전진단까지 진행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냈지만, 2008년 리모델링 허가 신청이 반려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사업에는 속도를 내지 못한 채 비용만 늘어났고, 조합 자본이 모두 고갈되자 집행부가 교체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해 새 조합 집행부가 구성되며 이뤄진 설문조사에서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이 낫다는 의견이 90% 가까이 나오는 등 리모델링 사업 자체에 회의적인 의견이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시공사가 계약 해지와 함께 대여금 반환을 통보하자 조합은 자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당장 27억여원에 달하는 대여금 반환을 위해 조합은 조합 자금으로 구입했던 아파트 물량을 매도하는 동시에 조합원당 300만원에 달하는 분담금을 갹출하는 방안을 다음 달 8일 총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소유주들 사이에서 갹출금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어 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을 청산하고 재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대여금 반환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조합원들이 갹출금을 내야 제때 반환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조합에서는 미납자에 대한 이자 부과와 독촉을 예정하고 있지만, 총회에서 분담금 갹출 자체가 부결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