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 ‘1년 반’
은행권 대출금리 2배 이상 증가해
최근 금리 인하세 계속되지만
이전 수준 회복하기까지는 갈 길 멀어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도 어느새 1년 반이 지났다. 최근에서야 금리 인하 소식이 간간이 들려오지만, 긴 시간 ‘이자폭탄’을 마주한 영끌족을 위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1년 반 동안 2~3배 가량 늘어난 대출금리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2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12월 취급한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의 평균금리는 5.28%로 금리인상이 본격화된 2021년 6월(2.77%)에 비해 약 2.51%포인트(p) 증가했다.
즉 1년 반 전에 5억원의 주택담보대출 30년 만기로 실행했다고 가정할 시, 월 이자 부담은 기존 204만원에서 277만원으로 약 70만원 이상 증가한다. 1년치 원리금만 약 870만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오름폭이 더 크다. 심지어 단기 변동금리가 많은 특성상, 금리 변화에 더욱 취약하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 12월 취급한 신용대출의 평균금리는 6.91%로 1년 반 전(2.78%)에 비해 약 4.13%p 올라, 두 배가 넘는 상승폭을 기록했다.
가령 약 5000만원의 신용대출을 1년 만기일시상환방식으로 실행했을 때, 1년간 납부해야 하는 이자의 총액은 138만원에서 288만9000원으로 늘어나, 약 150만원의 부담이 가중된다.
마이너스 통장의 금리 상승폭도 신용대출과 유사하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 12월 취급한 마이너스통장의 평균금리는 6.83%로 2021년 6월(3.16%)과 비교해 약 3.67%p 상승했다. 이 경우 이자 부담은 두 배 이상 증가한다.
큰 폭의 이자 상승은 가계 대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매출 부진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난 개인사업자들의 부담은 더 크다. 심지어 거리두기 이후에도 고물가·고금리 부담이 이어지며 상환 여력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 12월 취급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의 평균금리는 5.92%로 1년 반 전(2.78%)에 비해 약 3.14%p 상승해, 가계 신용대출과 마찬가지로 두 배가 넘는 상승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 또한 3.39%에서 5.91%로 약 2.52%p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연달아 대출금리 인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올 초 상단이 8%가 넘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산정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가산금리 인하 등을 통해 주담대 금리를 조정했다. 이로써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6%대로 내려왔지만, 소비자들의 부담은 여전하다. 불과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평균 2%대의 대출이 실행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출금리 책정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대출금리 인하 또한 체감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준금리가 정점에 달해, 곧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6일 기준 은행채(AAA, 1년물) 금리는 3.733%로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난 2021년 6월 초(0.94%)에 비해 약 4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