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대한민국 여성들을 분노케 한 이 한마디. 불륜드라마 ‘부부의 세계’ 이태오(박해준 분)의 지금도 회자되는 역대급 ‘명대사’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남편에게 배신 당한 지선우(김희애 분)의 복수혈전을 보여주는 명대사 “그러게 남의 물건은 함부로 손대는 게 아닌데” 역시 K-복수극의 한 획을 긋는 명대사로 꼽힌다.
삼각관계의 한 축, 불륜녀 여다경(한소희 분)도 만만치 않다.
“그 여자랑 그러고 있었니? 대답해 잤어? 잤냐고. 대체 너희들 뭐니?”
불륜과 파국의 폭주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부부의 세계’는 그저 드라마일 뿐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3명은 불륜 경험을 인정했으며, 10명 중 6명은 비슷한 감정을 경험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미 확실한 파트너가 있는 사람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가족의 행복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도 이를 무릅쓰고 위험한 모험을 감행하는 걸까? 망가질 게 뻔한 데도 질주를 멈추지 못하는 건 왜일까?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게르티 젱어와 발터 호프만이 ‘불륜의 심리학’(탐나는책)에서 그 비밀에 다가갔다.
파트너의 불륜은 일생일대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사건 중 두 번째에 속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실제로 심장질환을 일으킨다.
저자들이 1000여 명에 달하는 오스트리아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삼각관계는 대개 부부로서 관계를 맺은 지 약 5년이 지난 시점에 발생한다. 이 기간은 아이를 양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초기 단계의 삼각관계는 매우 불안정해, 만난 지 6개월에서 8개월이면 대부분의 삼각관계는 끝이 난다. 그러나 시간이 길어지면 더욱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
불륜의 동기는 ‘남편이나 아내에게서 더 이상 느낌이 오지 않을 때’로, 응답자의 3분의2가 세월이 지나면서 상대를 향한 열정적 열망이 식었다고 답했다.
생물학적 타이밍도 작동하는데, 남성은 40세부터 비약적으로 외도 가능성이 커지는 데 반해 여성은 마의 고개인 40세에 도달하기 전 횟수가 많았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여성들은 임신 가능성이 높은시기에 무의식적으로 지금의 파트너보다 나은 유전자를 찾아 아이를 갖고자 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불륜에 대한 욕망이 잦아드는 즈음, 남성들은 불륜의 황금기를 맞는다. 이 역시 젊은 여성과 만나 유전자의 성공적 번식을 이루는 게 진화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안전하고 확실하게 번식할 수 있도록 흥분과 황홀경, 절정이라는 쾌락을 선사했다. 인간은 전적으로 번식 만을 위하는 섹스가 아닌 만족을 위한 섹스를 하고 이를 숨기는 유일한 종이다. 번식의 충동을 따르지 않는 만족이 더욱 가치가 있기에 이것을 위해 패배나 직업적 명성, 가족의 행복을 위협하는 위험도 불사하는 것이다.
섹스가 주는 쾌락과 만족감은 단지 한 명의 동반자를 얻기 위한 투쟁을 유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초기의 만족스러운 행복 도취 상태가 지나면 계속 다른 성적 대상들에 유혹을 느낀다.
평소 좋아하지 않는 타입의 유부남에게 어느 순간 끌렸다면 옥시토신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마술같은 이런 변화는 이 호르몬이 비이성적 사랑의 감정을 자극한 것인데, 남자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이런 작용을 막는다.
어떤 구도로 삼각관계가 진행되든 그 중심엔 질투가 있다. 사랑의 바로미터로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생물학적 기본 정서에 속한다. 질투는 사랑이 활기를 띠게 만들고 경각심을 높이고 둘 사이의 결속을 탄탄하게 만든다.
‘행복한 내연녀’는 가능하지만 내연남 역할에 만족하는 남성들은 찾아보기 어려운 건 왜일까? 여자는 관계를 중시하지만 남자는 자신이 강자라는 자기애적 동기가 존재하는 까닭이다.
불륜도 부부의 사랑과 마찬가지로 시효가 있게 마련. 자책감과 함께 자유가 다시 그리워지는 순간이 오면 부부의 길을 택하든지, 밀월을 끝내든지 해야 한다.
책에는 ‘불륜 청산을 어렵게 하는 10가지 함정’과 ‘불륜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10단계 조치’ 등 설득력 있는 조언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