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집값 급등했던 세종, 작년 ‘집값 하락률 1위’
새롬동 일대, 특례보금자리론 이후 소형 거래량 늘어
“규제 해제에도 꿈쩍않던 실수요자, 사러 오기 시작”
급매물 소진에 호가도 오름세…“1억 넘게 올랐다”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전국 집값 하락률 1위’ 세종시의 부동산 한파가 길어지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선 거래량이 늘고 호가가 오르는 등 기류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는 양상이다. 세종시는 행정수도 이전 등 이른바 ‘천도론’을 등에 업고 지난 2020년 한 해에만 집값이 40% 넘게 급등했지만 고금리 여파로 곳곳에서 ‘반 토막 거래’가 속출하는 등 집값 하락세가 가속화됐다. 그러나 최근 한두 달 새 세종 내에서 주거선호도가 높아 시세를 견인하는 대장지역으로 꼽히는 새롬동에서 거래 회복세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지난 23일 오후 찾은 새롬동 일대는 주거환경 및 교육여건이 좋은 ‘세종의 강남’이라는 명성만큼이나 분주한 분위기였다. 공실 없이 학원들로 꽉 찬 대형 상가 인근 카페에는 초등생 자녀와 함께 앉아 있는 젊은 학부모들이 눈에 띄었다.
새롬동은 세종 대장주 아파트 ‘세종더샵힐스테이트’가 있는 지역으로,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정류장이 있어 입지가 좋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지난해부터 지속되는 전국적 집값 하락 추세에 새롬동 또한 최고가 대비 5억원 넘게 가격이 하락하며 깊은 침체를 겪었다.
그러나 새롬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들은 공통으로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이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소형 평형 매물들은 거의 다 소진되고, 중대형 평형 또한 급매물은 전부 팔리고 없어 가격이 상향조정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새롬동 ‘새뜸마을10단지더샵힐스테이트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대표 A씨는 “큰 평형보다 작은 평형 매물은 거래가 많이 됐다. 특례보금자리론 역할이 큰 것 같다”며 “소형 평형을 판 사람들은 전용면적 84㎡로 넓혀가려고 하니 급매들이 덩달아 팔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 B씨 또한 “규제지역 해제에도 꿈쩍하지 않던 실수요자들이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오니 사러 오더라”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세종시를 비롯한 일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B씨는 “규제 해제 당시에는 시끄럽기만 했지, 실제 거래가 되거나 문의가 오는 건 거의 없었다”며 “규제를 풀어도 소형 평형의 경우 다주택자보다는 실거주하실 분이 많은데 그분들은 주택이 여러 개여서 양도세 중과받을 일도 없고 규제 완화 혜택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실거주자들은 금리가 높아 못 샀던 건데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오니 사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롬동 중개업소 대표 C씨도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1~2주 동안 소형 매물 99%는 다 팔린 것 같다. 사간 사람들 90%는 신혼부부들”이라며 “새롬동이 입지도 좋고 아이 키우기가 좋아 젊은 부부 수요가 많다”고 했다. 이어 “소형 매물들은 다 팔리고 없으니 지금 문의 오는 분들은 ‘아 이미 늦었구나’ 하고 더 저렴한 세종 다른 지역 전용 84㎡ 매물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비교적 저렴하게 나온 매물들이 전부 소진되면서 호가도 오르는 모습이다. 중개업소 관계자 D씨는 “새뜸마을10단지더샵힐스테이트는 석 주 전쯤 전용 84㎡ 매물이 7억2500만원에 팔렸는데 그것과 같은 타입의 매물이 최근 8억1000만원에 팔렸다”며 “엊그제 새로 나온 비슷한 타입의 매물은 8억400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D씨는 또 “전용 59㎡는 2주 전에는 5억원에 살 수 있던 게 지금은 5억7000만~5억8000만원 정도”라며 “팔려는 사람들은 6억원을 받고 싶어하고, 사려는 사람들은 5억원 이상 쓸 용의가 없어 갭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