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13단지 2월 들어 11건 매매
대부분 30%씩 빠진 가격에 팔려
“고금리에 영끌 주인들이 던진 듯”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가 이달 들어 9000가구가 넘는 국내 최대 대단지 헬리오시티의 뒤를 이어 가장 많이 팔린 단지로 나타났다. 이곳은 2~3년 전 젊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린 곳이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에 버티지 못하고 30%씩 내린 가격에 매도에 나선 이들이 늘어 거래가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월 들어 서울에서 매매 거래가 가장 많이 등록된 단지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15건)에 이어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11건)이었다.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는 지난 2017년 입주한 아파트다. 22동, 총 1194가구 규모로 마곡엠벨리 중 유일하게 임대 세대가 없는 민간 단지다. 부동산 하락장 속 거래는 활발하지만 체결된 거래 가격을 보면 각 건마다 최고가 대비 약 30% 빠진 하락 거래다.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전용 59㎡는 9억원에서 9억1500만원 사이에 7건의 매매 거래가 이뤄졌고, 지난 18일에는 9억8000만원으로 오른 가격에 팔렸다. 2021년 10월 전용 59㎡가 최고가 13억8000만원(8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약 29~34.8% 빠진 가격에 줄줄이 거래된 것이다. 전용 84㎡는 이달 들어 11억6500만원~11억9000만원 사이에 3건의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2021년 8월 기록한 최고가 16억8000만원(7층) 대비 29.2~30.7% 내린 수준이다.
왜 이렇게 많이 팔렸을까?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의 전언을 종합하면, 해당 단지는 2020년 전후로 젊은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59㎡는 약 40건의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이같은 수요가 급매로 전환된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근처에 직장을 둔 이들과 평소 이 단지에 관심 있었던 수요자들이 전국에서 집을 보러 왔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전한다. 실제 손절매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20년 전용 59㎡를 9억4500만원(10층)에 샀던 한 집주인은 이달 4일 이 집을 9억1250만원에 팔았다. 약 3년 사이 3250만원 내린 가격에 판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의 전용 59㎡ 호가는 9억2000만~12억원 사이에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 거래가 급한 집주인들은 9억원대에 내놨지만 대부분 10억원 이상을 제시했다. 12억원에 나온 매물의 경우 빠르게 처분하려는 목적보다는 '집값 방어' 차원에서 내놨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마곡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2주만에 10건 가까운 계약이 체결되며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며 “급매가 다 빠지고 (전용59㎡) 실거래가가 9억8000만원이 찍혀, 이제는 집주인들이 10억원 밑으로는 호가를 안 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인근 단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거래도 뜸하고, 급매물도 찾기 힘들다. 가장 가까운 마곡엠밸리 14단지의 경우 전용 84㎡가 지난 2021년 12월 15억5000만원(9층)에 최고가를 기록한 뒤 아예 거래 기록이 없다. 마곡엠밸리 15단지도 2021년 9월 15억원(3층)에 최고가를 쓴 뒤 지난해 11월 12억원(11층)에 팔린 건 외에는 거래는 전무하다. 이들 단지의 전용 84㎡ 기준 호가도 14억~17억원으로 급매 수준 매물도 없다.
마곡 대장 단지로 꼽히는 6·7단지도 새해 들어 매매 거래는 2개 단지를 통틀어 2건밖에 없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마곡밸리 내 6·7단지는 실거주자 수요가 많아 가격도 별로 떨어지지 않았는데 13단지가 유독 많이 내렸다”며 “상대적으로 13단지가 저렴한 물건이 많이 나와 거래가 좀 늘었다. 전세 가격 하락을 못 버티고 던진 매물이 거래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