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1주택자 갈아타기 고민

전국 주택 매매·서울 아파트거래량은 증가세

다만 조정 불안감 여전…강남권 입주폭탄 예고

전문가 “부채급증 아니면 갈아타기 고려할 만해”

1억 떨어진 우리집 당장 팔자는 아내…갈아탈 시기 맞나요?  [부동산360]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아파트 일대.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 A씨 부부는 2021년 하반기 서울 강북에 약 3억원의 대출을 받아 6억원대의 구축 아파트를 매매했다. 부동산 빙하기에 접어들며 현재 집값은 5억원 중반대까지 빠졌다. 출산을 앞둔 상황을 고려해 집값이 더 많이 내린 인근 단지 대형 평형으로 갈아탈지, 현재 사는 아파트 집값이 회복할 때까지 기다릴지 고민 중이다.

# 고양시에 사는 B씨는 부동산에 집을 내놓은 지 몇 달이 지났지만 거래 문의가 잠잠해 매물을 맡긴 공인중개사도 당황했다고 전했다. 호가를 더 낮춰 매매에 성공한다고 해도 갈아타기를 노리는 집의 가격이 그새 오를까 불안해서 잠도 안 온다.

부동산시장 침체 속 정부는 연착륙을 위한 규제완화책을 잇달아 내놓는 가운데 ‘영끌 1주택자’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조금씩 거래량을 회복하는 시장에서 세 부담도 낮아지며 내 집보다 집값이 더 떨어진 아파트로 갈아탈 기회지만 여전히 대출이자 부담이 크고 ‘집값 바닥론’도 맹신할 수 없어서다. 여윳돈이 넉넉지 않은데 덜컥 이사했다가 손실만 커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아파트와 빌라·오피스텔 등을 모두 합친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4만1191건으로, 전월(2만5761건) 대비 59.9% 증가했다. 특히 서울 지역 아파트거래량은 2286건으로, 지난 1월(1161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수도권 거래량 역시 지난 1월 6332건에서 지난달 1만2294건으로 급증했다.

다만 거래량이 살아나는 것과 별개로 집값 하락세는 계속되며 추가 조정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3월 전국 주택 매매 가격 종합지수(2022년 1월=100)는 95.05로,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째 기준선인 100 이하를 밑돌았다. 전국 주택 평균 매매 가격은 4억4988만원, 중위 가격은 3억1344만원으로 전월 대비 각각 458만원, 456만원 낮아졌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2억972만원으로 전월(12억2482만원) 대비 1510만원 하락하고, 중위 가격도 9억7500만원으로 1833만원 내렸다.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올해 1월에만 해도 10억1333만원으로 10억원 선을 유지하다 지난 2월 9억9333만원으로 떨어진 이후 더 낮아졌다.

특히 서울 내에서 갈아타기 수요가 많은 지역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올해 새 아파트 입주폭탄이 예고돼 있어 매매 가격 부진 흐름이 계속될 수 있다.

이달 강남구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3375가구)를 시작으로 오는 5월 ‘대치 푸르지오 써밋’(489가구), 6월 서초구 ‘르엘 신반포 파크애비뉴’(339가구), 8월 서초구 ‘래미안 반포 원베일리’(2990가구), 11월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6702가구) 등이 줄줄이 입주를 진행한다. 통상 신축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는 입주장에는 전셋값뿐 아니라 매매 가격도 약세를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1주택자의 갈아타기는 부동산 상승기가 아닌 하락기가 더 유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대출금리 등을 고려해 자금 조달계획을 갖춰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난해 실거래가지수가 크게 떨어져, 추가 하락한다고 해도 급락 수준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당분간 금리 기조가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 부채비율을 키우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갈아타기를 고민해도 되는 시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감당 범위 내에서 내 집보다 더 집값이 떨어진 집에 갈아타, 더는 집값이 안 내리면 금상첨화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며 “보통 상승기에는 사고 싶은 집도 비싸져 하락장이 구매 적기지만 결국 자신이 이자 등을 감당할 수 있어야 갈아타기에 성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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