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 공사 현장서 중장비 넘어지는 사고
재무 위기 속 사업 부담…지난해 적자전환
그룹 공사로 유통시설 건축 노하우 쌓았지만
주택사업 진출 후 미분양 리스크 등에 난항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국내 시공순위 34위인 신세계건설이 주택경기 부진에 지난해 적자 전환한 데 이어 현금이 바닥나는 등 재무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화점, 아울렛몰 등 그룹 공사에 이어 주택 브랜드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건설 불황에 타격을 입은 가운데 현장 사고까지 겹쳤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울산 남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대형 중장비인 37m 높이의 항타기가 넘어지면서 맞은편 원룸 등 건물 3곳을 덮치는 사고가 벌어졌다. 당시 사고로 건물 안에 있던 임산부 등 주민 7명이 병원으로 옮겨쳐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 없이 부상자 모두 현재 퇴원한 상태다. 해당 현장은 신세계건설이 자사 주거브랜드 ‘빌리브’를 내세워 지하 3층~최고 29층, 4개동, 총 311가구 규모로 아파트를 짓는 곳이다.
사고 이후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는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과 지역 주민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해당 사고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최근 신세계건설은 수익 악화로 재무 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해당 사고로 인한 부담이 가볍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1조4323억원, 영업손실은 120억원이다.
지난해 전 세계 금리 상승과 원자잿값 급등 영향으로 원가율이 높아지며 적자폭이 확대된 것이다. 신세계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적자전환했다. 신세계건설의 원가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92%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뿐 아니라 주요 사업장의 미분양 리스크도 상당하다. 당초 신세계건설은 그룹 내 백화점, 할인점, 아울렛몰 등 판매시설, 복합다중시설의 신축과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유통상업시설 건축 노하우를 쌓았다.
그러나 그룹이 발주한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호텔 등을 짓느라 자체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부족해져 내부거래비율이 치솟자,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자 2017년 뒤늦게 주택 브랜드 빌리브를 론칭했다.
주택 사업에 진출한 뒤 ‘대구 빌리브 헤리티지’, ‘대구 빌리브 라디체’ 등 주로 대구 등 지방에서 사업을 늘렸는데, 이번엔 미분양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청약 평균 경쟁률이 1을 넘지 못한 대구와 울산에 사업장을 두고 있어, 미분양 사태 타격을 받으며 작년에 분양한 아파트 모두 완판에 실패했다. 빌리브 루센트는 지난해 진행한 1·2순위 청약에서 229세대 모집에 30명만 접수했다. 빌리브 라디체는 520세대 모집에 청약 신청자가 39명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모기업 신세계라는 배경에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 굴욕을 피하지 못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말 회사채 800억원 조달을 위한 수요 예측 결과 100억원의 주문만 들어왔다. 미매각 물량은 주관사 NH투자증권, 인수단인 KDB산업은행이 나눠 인수하게 된다. 금리는 7.1%다. 조달 자금으로는 5월 초 협력사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미분양 장기화시 재무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증권보고서 내 예비투자설명서에서 “개별 현장의 분양성과가 저조할 경우 이에 따른 상기의 우발채무의 실현으로 인해 재무 안정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