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전국 미분양 가구수 7만 5438호
서울 2099가구 그쳐…대구 1만 3987가구 이르러
단기간 내 전매 가능해지며 인기지역 청약 수요 더 몰릴 수도
지난 연말 대비…서울 아파트 거래량 128%↑·대구는 54%↑
“가격 반등과정서 일시적으로 양극화 심해질 수 있어”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서울과 지방 아파트 시장의 온도 차가 커지고 있다. 서울은 부동산 시장 열기가 달아오르는 반면 지방은 미분양 물건이 쌓이고 거래가 회복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서울 내 규제지역이 대부분 해제된 데다가 분양가 12억원이 넘는 집까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인기지역인 서울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11일 국토교통부 미분양 추이에 따르면 2월 서울 미분양 가구 수는 2099호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미분양 가구 7만 5438호 중 2%에 불과한 숫자다. 더군다나 2월 말 집계된 자료에는 당시 미분양됐다가 현재는 완판된 둔촌주공 소형평형 800호까지 포함됐다.
수도권에 해당하는 곳들은 경기는 미분양 물량이 7288가구를 기록했다. 인천(3154)과 합했을 때 1만 442가구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은 숫자다. 지방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이 쌓인 곳은 대구(1만3987가구)로 7개월째 미분양 가구가 1만 가구를 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경북(9074가구), 충남(8456가구), 경남(4627가구), 충북(4388가구) 등 이다.
업계에 따르면 1·3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가 완화된 이후 서울 지역 청약 경쟁률이 상승세다. 더군다나 최근 무순위 청약에 거주지역 요건이 폐지되고 규제 해제 등으로 전매가 단기간 내에 가능해지면서 분양가 경쟁력이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수요가 더 몰릴 가능성도 높다.
규제 완화 후 서울 첫 공급 단지였던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지난 2월 1순위 청약에서 일반공급 98가구 모집에 1만9478명이 몰려 경쟁률 198.8대 1을 기록했다. 지난달 9일 분양한 서울 은평구 ‘세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는 일반공급 214가구 모집에 243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을 11.4대 1을 나타냈다. ‘휘경자이 디센시아’가 51.7대 1, 1순위 평균경쟁률을 기록하며 흐름을 이어갔다.
서울은 아파트 매매건수도 지난 연말 대비 크게 늘었다.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보유세 인하에 더불어 최근 시장이 급변하자 다주택자들의 투자 수요 또한 점차 살아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2286건으로 1·3대책이 나오기 전인 지난해 12월(1001건)보다 128% 수준으로 늘어났다. 반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이 쌓여있는 대구의 경우 2월 거래량은 1525건으로 지난해 12월(984건)과 대비해 5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거래물량이 늘어나면서 급매 물건들이 소진된 서울은 집값 하락폭도 줄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주(3일 기준)서울의 아파트값은 0.13% 하락하는데 그쳤다. 수도권(-0.25%), 지방(-0.2%)에 비하면 서울의 하락폭이 더 빠르게 줄고 있다. 서울 집값이 저점이라고 판단한 지방 투자자들이 지방보다는 서울로 눈길을 돌려 ‘서울 속 내집 마련’ 시도에 나서고 있다는 통계도 나온다. 서울 아파트 거래가 늘어난 데는 지방 거주자의 서울 원정 투자까지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2월 두 달간 서울 아파트 거래 3447건 중 외지인이 사들인 것은 914건(26.5%)로 서울 아파트 4개 중 1개는 외지인이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한때 은마 전용 76㎡ 급매가 20억 이하로 내려오며 지방에서 원정투자에 나서겠다는 전화가 많았다”면서 “공시지가가 떨어지며 다주택자 부담도 없는 만큼 토지거래허가지역만 풀리면 구입하겠다는 문의는 최근에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하락한 후 반등하는 과정에서 서울 등 상급지로 수요가 몰리는 것은 과거에도 되풀이 됐던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가 안정되고 집값이 회복된다는 신호가 발생하면 인기지역인 서울부터 가격이 반등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양극화가 심해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