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아동과 청소년의 권리와 관련 있다는 걸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그걸 아는 순간, 눈 감고 나 몰라라 할 수 없거든요. 아동과 청소년들이 심각성을 깨닫고 활동하다 보면 어른들도 나서면서 정책이 나오는 거죠” (중학생 A)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대형 산불, 폭염과 가뭄, 홍수와 폭설. 기후위기에서 비롯된 갖은 자연재해가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같은 위협에 장기간 노출될 이들은 바로 미래 세대인 아동과 청소년들이다. 기후위기에 가장 적은 원인을 제공했는데도 말이다.
이에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이나 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은 아동·청소년을 위한 비정부기구(NGO)들은 “기후위기가 곧 아동과 청소년 권리의 위기”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특히 당사자인 아동과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권리와 기후위기의 상관 관계를 교육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자신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을 때 더욱 관심을 갖고 대응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오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아동·청소년의 참여 방안 모색 연구’ 보고서를 21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은 서울교대와 함께 지난해 11월 28일부터 2주 동안 초중등 그룹 8명과 교사강사 그룹 4명, 교육 기획가 그룹 3명을 집단심층면접했다. 또 전국 만 10세~18세 미만의 아동·청소년 66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아동 청소년들은 기후위기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관심도 어느 정도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다고 느끼는지’ 묻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52.1% ▷‘그렇다’ 33.3% ▷‘보통이다’ 12.0% ▷‘그렇지 않다’ 2.1% ▷‘전혀 그렇지 않다’ 0.5% 순으로 응답했다. 긍정적 답변이 85.4%로 높은 데 비해 부정 답변은 2.6%에 불과했다.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36.4%)와 ‘보통이다’(35.9%)라는 답변이 비슷한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외의 응답은 ‘매우 그렇다’(17.7%), ‘그렇지 않다’(6.5%), ‘전혀 그렇지 않다’(3.5%) 순이었다.
반면 ‘기후위기 문제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물었을 때는 ‘보통’이라는 답변이 43.3%로 가장 많았고, 그렇다(38.8%), 매우 그렇다 10.8%, 그렇지 않다(5.0%), 전혀 그렇지 않다(2.1%)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이 조사에서 기후위기 관심도에 ‘그렇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던 것과 달리, 지식의 정도에는 ‘보통이다’의 응답이 가장 많았다”며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에 비해 학생이 가진 지식이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동과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문제 교육에서 가장 알고 싶은 내용은 기후위기의 영향(25.8%)이었다. 2위와 4위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개인의 실천 방법(23%)과 아동· 청소년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기후위기 대응 방법(14.7%)이 꼽혔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아동·청소년도 추상적 개념보다는 체감할 수 있는 기후위기의 영향, 구체적이며 실천할 수 있는 개인의 기후위기 대응 실천 방법을 가장 알고 싶은 내용으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에서 기후위기 대응 교육을 아동·청소년의 권리와 같은 추상적 개념은 학생들이 실감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로 개인의 관심과 흥미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고서는 기후위기 교육에 아동·청소년의 권리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 권리 관련 교육을 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도, 지식의 정도, 심각하다고 느끼는 정도, 기후위기 대응 행동 의향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어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아동·청소년 중 60.6%가 ‘기후위기가 미래 세대인 우리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내용의 교육을 받았다. 이들의 기후위기 문제 책임 소재 인지와 기후정의 의식이 권리 교육을 받지 않은 아동·청소년보다 평균 0.30 높게 나타났다.
즉, 자신들의 권리와 관련된 기후위기 교육을 받은 아동·청소년들이 ‘현재 기후위기는 어른 세대의 책임이 더 크고, 앞으로 기후위기의 피해는 어른보다 아동·청소년이 더 받는다’는 의식이 더 높다는 의미다.
연구를 진행한 신동훈 서울교대 과학교육과 교수는 “기후위기가 아동권리의 위기로 이어지는 만큼 아이들 스스로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하지만 시간, 공간,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후위기 교육 대부분이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며 “아동·청소년이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2일 열리는 아동 참여형 모임 지구기후팬클럽 ‘어셈블’의 공식 출범 행사에서 이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아동 당사자와 교육환경, 사회제도, 정부정책 등 각 영역 전문가들이 토론도 벌인다. 자세한 내용은 어셈블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