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지난 24일 발생된 8개 종목의 동시 하한가로 국내 주식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인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 창구를 통해 쏟아진 물량에 선광·하림지주·삼천리 등 8곳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주저앉았고 이중 일부 종목은 25일에도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세력의 조직적인 주가조작이 배후에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이의 기저에는 ‘빚투(빚내서 투자)’ 등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 과열에 대한 우려감이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 대출인 신용융자잔고는 10개월래 최대치로 불어난 상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24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다올투자증권과 삼천리·대성홀딩스·서울가스·세방·하림지주·선광·다우데이타의 주가는 모두 전 거래일 대비 가격 제한 폭(±30%)까지 내린 하한가로 장을 마쳤다. CJ는 장중 하한가 가까이 추락했다가 낙폭을 줄여 12.70% 내린 9만4900원에 마쳤다.
이들 종목은 업종·테마상 공통점이 없었지만 시장에선 모두 SG증권 창구를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공매도 움직임, 시스템리스크 등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고 SG증권의 차액결제거래(CFD)에서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CFD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주식에 투자한 것과 동일한 손익효과를 낼 수 있는 장외파생상품이다.
CFD 계좌는 종목에 따라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한데, CFD 계좌를 통한 매수 비중이 컸던 상장사라면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 하한가 5곳을 살펴보면,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거래 비중이 높다는 특징도 뚜렷했다. 최근 5일(이달 17~21일) 간 이들의 평균 신용융자 잔고율(총발행 주식 수 대비 신용으로 매수된 물량의 비중)은 6.67%~14.27% 수준으로 코스피 전체 평균(1.51%)을 대폭 웃돌았다.
코스닥을 중심으로 한 과열 지적이 많았던 만큼, ‘반대매매 우려’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긴장감도 감돈다. 신용융자 잔고는 21일 20조4020억원(유가증권 9조8630억·코스닥 10조5390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6월 20일(20조300억원) 이후 최대치다. 통상 덩치가 큰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신용공여 규모가 더 크지만, 지난 3월부터는 코스닥이 앞지르는 현상도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이 모두 최근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이다 급락한 것을 두고 익명인 ‘큰 손’의 대량 매도나 작전 세력의 개입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5일 임원회의 자리에서 “올해 테마주 투자 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테마주 투자심리를 악용한 불공정거래가 기승을 부릴 우려가 있다”며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는 증시의 변동성 확대를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김정윤·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아닌 단순 수급으로 주가에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나타나면 결국 수급 변동성 확대로 가격 조정이 나타난다”며 “신용융자거래 현황을 볼 때 유가증권시장 소형주와 코스닥시장 중형주가 높은 신용융자 공여율을 기록해 먼저 수급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