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선단 12나노급 D램 제품 양산 성공

챗GPT 등 AI 서버시장 선점 기대감↑

메모리 시장 2024년부터 반등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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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양산한 12나노급 D램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전자가 30년간 D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12나노급 제품 양산에 성공하며 또다시 초격차 기술을 확보했다.

18일 삼성전자는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공정으로 16Gb(기가비트)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D램 양산을 시작, D램 미세 공정 경쟁에서 기술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은 이전 세대보다 생산성이 약 20% 향상되고, 소비 전력은 약 23% 개선됐다. 소비 전력 개선으로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전력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측은 “탄소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데 적극 동참하고 있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에게 최상의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최선단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유전율(K)이 높은 신소재 적용으로 전하를 저장하는 커패시터 용량을 늘렸다. D램의 커패시터 용량이 늘어나면 데이터 신호의 전위차가 커져 구분이 쉬워진다. 동작 전류 감소 기술과 데이터를 더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노이즈 저감 기술 등도 적용해 업계 최선단 공정을 완성했다.

이주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 부사장은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D램은 차별화된 공정 기술력을 기반으로 뛰어난 성능과 높은 전력 효율을 구현했다”며 “삼성전자는 대용량 처리가 요구되는 컴퓨팅 시장 수요에 맞춰 고성능, 고용량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높은 생산성으로 제품을 적기에 상용화해 D램 시장을 지속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12나노급 D램에 대해 지난해 12월 AMD 플랫폼 기반 호환성 검증을 마치고 글로벌 IT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D램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2020년 3월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D램을 양산했던 삼성전자는 2021년 업계 최선단 14나노 EUV DDR5 D램을 양산하는 등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 개발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DDR5 시장 선점 나선 삼성…챗GPT 등 AI 서버시장 기대

삼성이 최선단 기술인 12나노급 공정을 적용해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제품을 선보인 것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마이크론보다 한 발 앞서 D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향후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 서버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폭 증가할 차세대 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기술이 적용된 D램을 선제적으로 출시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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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제조라인 모습.[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이번에 양산할 DDR5 규격의 12나노급 D램은 최고 동작 속도 7.2Gbps(기가비트퍼세컨드)를 지원한다. 이는 1초에 30GB(기가바이트) 용량의 울트라HD 영화 2편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가 감소하면서,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도 잇따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1개당 3달러가 넘었던 D램 범용 제품(PC용 DDR4 8Gb) 가격은 올해 들어 1달러대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4조5000억원, SK하이닉스는 3조4000억원을 넘어서는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같은 메모리 시장 위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기업들은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칩 수요·공급에 따라 상승과 하강 순환을 보이는 D램 시장의 특성상, 최근 침체기를 맞은 관련 시장이 조만간 반등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메모리 시장은 2024년부터 다시 큰폭의 성장세로 전환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이 확대될수록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점유율이 40.7%에서 45.1%로 상승했다. 시장 악화에 따른 감산 조치를 시행한 다른 D램 제조사들과 달리 무감산 기조로 1위 자리를 공고히 한 것이다. 삼성전자도 급기야 25년만에 메모리 감산에 나섰지만, 앞서 확보한 시장 지배력 덕분에 메모리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켤 때 경쟁사보다 큰 폭의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예측이 따른다.

삼성이 이번에 12나노급 DDR5 제품을 공개한 것은 D램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버 시장의 주력 제품이 DDR4에서 DDR5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D램 시장 기준, 2024년 DDR5의 비중은 27%를 차지해 DDR4의 비중(23%)를 처음으로 역전할 전망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서버 시장 점유율(40%) 1위를 기록,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에선 DDR5 탑재가 서버용 시장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인텔이 DDR5를 지원하는 차세대 CPU인 ‘사파이어래피즈’를 출시하며 연초 시장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서버 시장에서는 아직 DDR4 비중이 높아 교체 수요가 크다는 분석이다.

또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으로 하반기 서버용 DDR5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초거대 AI 서버 구축에는 주로 128GB(기가바이트) DDR5 제품이 들어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큰 수혜를 볼 시장 중 하나인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시장 등에 삼성전자는 D램을 다양한 라인업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삼성의 발표로 인해 DDR5 시장 경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D램 시장 2위인 SK하이닉스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10나노급 4세대(1a) DDR5 서버용 D램의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올해 중반에는 삼성의 12나노급에 버금가는 5세대 10나노대 제품에 대한 양산 준비를 마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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