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수십억 뛴 거래 잇따르는 해운대 마린시티

경동제이드 21억8000만→38억, 16억 넘게 ↑

두산위브제니스, 트럼프월드마린 등 최고가 거래

초대형, 그간 거래 없고 매물 희소해 ‘부르는 게 값’

다만 이상거래 추정 사례도…44억 오른 아이파크

[르포] 집값 수십억 껑충에도 부르는 게 값…해운대 최고가 행진 왜? [부동산360]
부산시 해운대구 마린시티(우3동) 일대 아파트단지. 신혜원 기자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마린시티 일대에선 아무리 최고가를 경신했어도 파는 사람 입장은 또 다릅니다. 호가보다 수억 낮춰서 거래한 것이기 때문에 실거래 가격으로 보면 신고가여도 집주인은 ‘저렴하게 팔았네’라고 아쉬워해요. 당사자 두 명만 합의되면 성사되는 게 거래이기 때문에 요즘 마린시티에서 팔리는 아파트 가격들이 싸다, 비싸다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부산시 해운대구 중개업소 대표 A씨)

지난 21일 찾은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해운대구 우3동)는 부산을 넘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부촌이라는 명성을 보여주듯 해변가를 따라 나란히 줄을 짓는 70~80층 마천루들이 눈에 띄었다. 최근 한두 달 새 마린시티 일대에서 직전 최고가 대비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씩 가격이 상승한 초대형 아파트거래가 잇따르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지만 현장에선 ‘오히려 호가는 최고가보다 더 비싸다’는 분위기다. 초대형 타입은 단지 내 가구 수 자체가 적어 매물 희소성이 있고, 그동안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년간의 집값 상승분이 반영된 가격이라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해운대경동제이드’ 전용 220.09㎡는 지난 3월 말 38억원에 중개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직전 거래가 2020년 11월에 이뤄졌는데 당시 21억8000만원에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약 2년 반 만에 16억2000만원 오른 것이다.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209.83㎡는 지난달 40억원에 중개거래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대우트럼프월드마린’ 전용 217.95㎡도 3월 말 28억5000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다. 각각 직전 최고가 대비 1년 새 3억원, 3개월 만에 1억원 오른 가격이다.

[르포] 집값 수십억 껑충에도 부르는 게 값…해운대 최고가 행진 왜? [부동산360]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두산위브제니스’(왼쪽)와 ‘대우트럼프월드마린’ 아파트단지. 신혜원 기자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이 같은 거래 양상에 대해 ‘초대형 아파트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전했다. A씨는 “여기는 집주인들이 몇 천만원 높여 파는 게 아니라 몇 배로 올려서 팔곤 한다”며 “급해서 저렴하게 매도하려는 사람들도 몇 없을뿐더러 자신이 매수한 가격에 대출이자, 세금 등 기회비용을 고려해서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내놔도 꼭 사겠다는 사람이 한 명씩은 나타난다”며 “그렇게 거래가 되면 최고가를 기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운대아이파크 상가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대표 B씨도 “단지가 워낙 커서 분양되지 않았던 물량들이 거래된 것 말고는 집값이 오르고 나서 거래된 건이 거의 없어서 가격이 확 뛰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라며 “40억에 팔린 두산위브더제니스도 오히려 싸게 거래된 건으로 보고 있다. 50억~60억원대에 내놓은 집주인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돼 있는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209.83㎡ 매물 호가는 65억원이다.

단지 내 초대형 아파트 타입이 많지 않다는 점도 이러한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16억원 넘게 가격이 뛴 해운대경동제이드 전용 220.09㎡ 타입은 278가구 중 20여가구에 불과하다. 지난달에 팔린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209.83㎡ 타입 또한 1788가구 중 30가구뿐이다.

우동 중개업소 대표 C씨는 “초대형, 펜트하우스들은 한 동에 한두 가구 정도밖에 없어 다른 아파트 비슷한 면적 가격을 대입시킬 수 없다”며 “층수도 다르고 내부 방구조도 다르기 때문에 시세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르포] 집값 수십억 껑충에도 부르는 게 값…해운대 최고가 행진 왜? [부동산360]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아이파크’ 단지. 신혜원 기자

다만 이상 거래로 추정되는 사례도 간혹 있다는 설명이다. 단번에 44억원이 오른 해운대아이파크 슈퍼펜트하우스가 대표적이다. 해운대아이파크 전용 219.94㎡는 지난달 5일 70억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타입이 지난 2016년 7월 26억420만원에 거래된 이후 약 7년 만에 43억9580만원 오른 것이다. 직거래였던 데다 매도인이 부동산 컨설팅을 하는 법인인 만큼 법인 간 거래가 아니겠냐는 추측이 잇따랐다.

C씨는 “듣기로 70억에 판 주인이 예전부터 서울에서 매물을 팔려고 노력했던 거로 아는데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갑자기 70억 실거래가만 찍혔다”며 “세금 부분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거래하기 위한 것 아니었겠나”고 말했다.

40억 최고가를 기록한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또한 중개사 소재지가 경기도 남양주시로 신고돼 있다는 점에서 증여성 거래 가능성도 제기된다. C씨는 “소재지가 해운대구 우동, 남양주시 두 곳 모두 적혀 있었다면 이상 거래가 아닐 확률이 크지만 남양주시만 적혀 있는 건 가족 또는 지인 간 증여를 위한 거래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B씨는 “추측하건대 남양주에 중개업소를 하는 지인이 있어 매물을 거기에만 내놓은 것 같다”며 “사려는 손님은 이쪽으로 오셨어도 물건지가 남양주시라 그렇게 표기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