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감액 전세 40%대
소득 적고 고령 집주인들 “보증금 내주기 난감”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임차인 A씨는 시세를 반영해 3억원 가량 감액한 금액으로 전세를 연장하기로 임대인과 구두 협의했다. 하지만 최근 임대인이 대출 규제를 이유로 이 금액을 내주기 어렵겠다고 말해 난감해졌다. 연금생활자인 임대인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1금융 대출이 제한적인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A씨는 “감액 연장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다 세웠는데 어떻게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집값이 30억이 넘는데 3억 대출도 안 나오는 게 말이 되냐”고 토로했다.
전셋값 하락으로 감액 전세를 체결하는 경우가 생겨나자, 집주인과 세입자 간 실랑이도 늘어가고 있다. 특히 연금으로 생활을 하거나 소득이 적은 집주인은 DSR 규제로 인해 대출을 통한 자금 마련 자체가 쉽지 않다. 고령의 임대인 B씨는 감액 전세 계약으로 인해 보증금을 1억원 넘게 돌려줘야하는데 DSR, 담보인정비율(LTV) 규제에 걸려 2금융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B씨는 “전세퇴거대출이라도 대출 규제 없이 나오면 세입자를 내보낼텐데 그것도 여의치않아 감액 보증금을 구하고 있다”면서 “대출이 어려우면 세입자 전세 대출 이자를 대신 내주는 안도 제안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도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하려면 고금리 대출이 유일한 방법이다. 또다른 집주인 C씨는 “감액 전세를 체결해 보증금을 돌려줘야하는데, 세입자 동의 없이 후순위대출을 받으면 이율이 7~8%가 훌쩍 넘더라”면서 “이자 부담이 심한데다 2년 후에 전셋값이 돌아올지도 미지수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려가 되는 부분은 현재 전세보증금이 최근 시세보다 비싼 역전세가 전국적으로 심화되면서 감액 보증금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사례들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내놓은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전세 가구 2곳 중 1곳이 역전세 가구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역전세 가구들은 올 하반기 28.3%(29만호), 내년 상반기 30.8%(31만6000호)가 전세 기한이 만료된다.
한편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22일까지 신고된 수도권 아파트 전세 갱신 계약 10건 중 4건은 감액계약이며, 감액 평균 금액은 1억원대였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감액 전세 비율은 지난 3월부터 40%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별 감액폭은 서울이 1억1803만원(6억9786만원→5억7983만원)으로 가장 크고, 경기 8027만원(4억5746만원→3억7719만원), 인천 7045만원(3억4992만원→2억7947만원)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