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미국에 최소 1~2개 공장 신설할 듯”
벤츠 “8개 기가팩토리 필요”·GM도 추가 합작 거론
지난해 492GWh→2035년 5256GWh까지 확대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배터리 공장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에서 40~50%를 차지하는 핵심부품이다. K배터리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인 합작공장 건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에 최소 1~2개의 대형 배터리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우호적인 투자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기준 세계 6위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는 2030년 400GWh까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스텔란티스가 확보한 배터리 생산능력은 120GWh 수준인데 목표 달성을 위해선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스텔란티스는 국내 배터리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도 합작공장을 각각 캐나다 온타리오주(45GWh), 미국 인디애나주(33GWh)에 건설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공장은 내년 상반기 양산, 삼성SDI와의 공장은 2025년 1분기 가동이 목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스텔란티스가 국내 및 유럽 업체들과 공장 구축에 집중해 왔단 점에서 향후 추가로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다각도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도 목표 대비 배터리 생산능력이 부족하다. GM은 2025년까지 북미에서 1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지만, 업계에선 배터리 부족 등으로 실제 생산량은 60만 대 미만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오하이오주(45GWh), 테네시주(50GWh), 미시간주(50GWh)에 각각 1~3공장을 운영 중이다. 1공장은 생산을 시작했고, 2공장은 내년 초, 3공장은 2025년 가동이 목표다. 삼성SDI와도 인디애나주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30GWh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기로 최근 발표했다. 이 밖에도 GM은 추가적인 공장 건설을 염두에 두고 있어 국내 배터리사와의 또 다른 협력이 점쳐진다.
SK온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한 포드 역시 미국 내 추가적인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 포드는 지난 2월 중국 CATL의 기술을 도입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전통적인 50대 50 합작 구조와 달리 포드가 공장 지분 100%를 소유하는 방식을 택하겠다고 했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포드는 SK온과 미국에서만 129GWh 규모의 배터리 합장공장을 짓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는 튀르키예에 25GWh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올라 칼레니우스 CEO도 전동화 달성을 위해서는 최소 200GWh의 배터리 용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약 8개의 기가팩토리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현대차그룹도 LG에너지솔루션(30GWh), SK온(35GWh)과 각각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조지아주에 2개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이처럼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는 것은 배터리 공급망에서 자유롭지 못할 경우 사실상 전기차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유럽 등 각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전기차 보급 계획을 내놓으면서 배터리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는 2015년 28GWh에서 지난해 492GWh로 증가했다. 2035년에는 5256GWh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2015~2017년 1% 안팎에 불과했던 전기차 침투율(전체 차량 판매 규모 대비 전기차 비중)은 지난해 13%를 기록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IRA와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시행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북미와 유럽에서 배터리 생산 능력을 공격적으로 확충하고 있다”며 “중국 등 특정국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법안들인 만큼,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력 관계가 더 긴밀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