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가 아니네?
전깃줄 위에 떼지어 앉은 까마귀들 [인터넷 캡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하도 시끄럽게 울고 날아다니길래 쳐다봤더니 눈이 마주쳤어요. 그러더니 제 머리를 두 발로 찍고 갔어요”

최근 직장인 박모 씨가 출근길 전철 역 근처에서 직접 경험한 일이다. 범인은 바로 까마귀. 전철역 앞에 까마귀가 있는 것도 생소했는데, 어처구니 없는 공격까지 받았다고 토로했다.

도심에서 까마귀나 까치에게 머리채를 잡히거나 울음 소리에 잠을 깼다는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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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123rf]

까치와 까마귀는 비둘기, 참새 등과 더불어 도심에서 인간과 가까이 살아가는 새들이다. 예부터 까치의 울음 소리는 반가운 손님으로, 까마귀는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다.

이렇듯 친숙했던 까치와 까마귀의 공격이 당황스러울 법 하지만, 이들이 인간에 해로운 동물로 분류된 지 오래다. 농업이나 임업, 건조물 등에 피해를 입히는 유해조수로 2000년 지정됐다.

까치와 까마귀의 공격은 봄철에 두드러진다. 통상 2월에는 산란을 위해 둥지를 짓고, 5~6월에는 새끼 새들이 자립하려 둥지를 떠나는 ‘이소 기간’이다. 예민해진 부모 새들이 인간을 공격할 가능성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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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픽사베이]

재산 상의 피해도 적지 않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20년 까치 등 조류로 인한 정전 사고는 총 133건이다. 이중 93건(69.9%)이 까치에 의한 사고로 집계됐다.

심지어 피해는 늘어나고 있다. 조류로 인한 정전 사고가 2018년 33건에서 2019년 48건, 2020년에는 52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제주도의 경우 해마다 2만 마리 이상 대대적으로 까치를 잡아들이고 있다. 감귤 등 과수를 쪼아먹는 것은 물론 생태계를 교란하는 종으로도 지정돼서다. 까치가 아예 없던 제주도에 1989년 60마리를 인위적으로 들여왔는데, 2020년 이후로는 약 10만 마리 이상으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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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주 위의 까치집 [인터넷 캡처]

까치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까치 개체 수가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까치가 살지 않는 지역이 거의 없는 데다 워낙 오랜 기간 인간과 함께 살아온 터라 정확한 집계도 이뤄지지 않아서다.

성하철 전남대 생물학과 교수는 “까치는 인간의 주변에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종이다 보니 개체 수가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전국적 분포로 봤을 때는 지역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까치 수는 유지되는 추세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전세계적으로 까치 개체군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번식 가능한 어른 새의 감소가 불분명하다고 보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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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그럼에도 까치로 인한 피해와 갈등이 두드러지는 원인 중 하나로 도시화가 지목되고 있다. 뱀이나 맹금류 등 천적은 줄었는데, 인간이 남긴 음식물 등 먹이가 많아진 도시 공간에 까치 등 조류들이 몰려들었는데, 정작 살아갈 녹지가 부족해 인간에 피해를 입히게 됐다는 것이다.

삼육대 연구진은 2021년 8~10월 서울 도심 6곳에서 까치 36마리를 대상으로 거리에 따른 반응을 실험한 결과, 까치가 도심에 적응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까치의 서식지로서 도시림의 역할도 강조했다. 연구진이 관찰한 까치 59마리 중 도시림에서 발견된 까치는 52마리로 도심에서 발견된 까치(7마리)보다 7.42배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야생조류는 육상의 상위 포식자가 대부분 멸종된 상태의 도시생태계에서 최고차 소비자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도시 생태계에서의 야생조류의 서식지 확보는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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