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보다 원화 강세…“외국인 투자·반도체 저점 전망 영향”

16일 BOJ 결정은…“조기 정책 조정 가능성 낮아”

FOMC 동결 기대감에 환율 하락세…‘역대급 엔저’ 더 간다[머니뭐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원/엔 환율이 하룻 새 10원이 떨어지는 등 ‘엔저’가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바로미터인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과 이를 반영한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원화가 엔화 대비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엔화 반등을 제약하고 있다.

FOMC 동결 기대감에 환율 하락세…‘역대급 엔저’ 더 간다[머니뭐니]

1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10.9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전 종가인 923.74원보다 12.77원이나 떨어졌다. 원/엔 환율이 4월27일 1000.26원까지 올랐고 통상 950~1000원 사이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하락폭이 크다.

이는 엔화가 다른 통화 대비 유독 약세를 보이는 탓도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3월 24일~5월 31일 엔화는 미 달러화 대비 6.2% 약세를 보였다. 이는 G10 및 아시아 주요 통화와 비교했을 때 최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노르웨이 통화 가치가 5.5% 떨어졌고, 스웨덴(-4.0%), 뉴질랜드(-2.9%), 호주(-2.1%)가 뒤를 이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일본에 이어 말레이시아(-4.0%), 중국(-3.4%), 필리핀(-3.3%), 한국(-2.4%), 태국(-1.9%) 등으로 나타났다.

FOMC 동결 기대감에 환율 하락세…‘역대급 엔저’ 더 간다[머니뭐니]

엔/달러 환율은 5월 말 140엔대에 진입해 일본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선 바 있다. 이후 139엔대로 내려왔지만 138~140엔대를 넘나들고 있다. 13일 엔/달러 환율은 139.47원 수준을 기록했다.

각국의 통화정책 방향도 엔화의 상대적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일 1271.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일 종가(1288.3원) 대비 16.9원 하락했다. 이는 지난 2월 13일(1277.3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0분 기준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3.1%,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6.9%로 나타났다.

15~16일 예정된 일본 중앙은행(BOJ) 금융정책결정회의도 외환시장의 이같은 흐름을 바꾸지 못할 전망이다. 신임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4월 회의에서 “긴축 전환 지연에 따른 인플레이션 2% 상회 위험보다 성급한 긴축의 위험이 더욱 크다”며 완화 기조를 지속할 것을 밝혔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일본은 BOJ 회의에서 여전히 완화적인 기조를 보여 추가적인 긴축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며 “엔화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인 게 원/엔 환율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는 현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이란 분석과 하반기 국내 경기나 수출이 좋아질 수 있다는 부분, 외국인 주식 순매수 등 측면에서 강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중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114억3000만달러 순유입해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업황 기대로 주식투자자금이 24억8000만달러 순유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시장 불확실성 확산 등은 여전히 경계가 필요하다. 문 연구원은 “중요한 건 올해 연준이 얼마나 금리를 인상할지 여부다. 미국이 두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경우 위험 회피 심리가 작용해 원화·엔화가 다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선 연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한 후 7월엔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는 “시장 불안 심리가 커지면 엔화보다는 원화를 더 위험자산으로 보기 때문에 원엔 환율은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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