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SK하이닉스가 급속도로 성장 중인 인공지능(AI)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한 힘을 바탕으로 손익 개선을 이룰 것이란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전날 서울에서 비공개로 개최된 HBM 관련 기업 설명회(IR)에서 나온 SK하이닉스 측의 주요 발언들에 대해 정리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AI (개발에 활용되는) 서버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채용되는 HBM도 고성장 중”이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물량 기준 2배 이상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AI 서버 시장의 성장이 기존 서버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보단 동반 성장하는 모습이 예상된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SK하이닉스 측의 답변에 대해 황 연구원은 “HBM 판매량이 2분기에서 3분기로 가면서 약 7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SK하이닉스가 현재 독점하고 있는 가장 최신 제품인 HBM3는 2배 수준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황 연구원은 HBM의 성장은 판가와 매출을 상승시킴으로써 SK하이닉스의 손익 개선을 이끌 것으로도 전망했다. 그는 “SK하이닉스는 2분기에도 D램 평균 판가 상승이 전분기 대비 8~9%”라고 했다.
삼성증권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의 점유율 변화가 단기간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황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HBM3를 단독으로 엔비디아에 제공 중이며, 4분기부터 일부 물량을 삼성전자가 납품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HBM은 양산 이후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수주향 제품이고, 선행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문”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SK하이닉스가 올해 20억~25억개 수준의 HBM 시장에서 자사가 약 15억개 Gb 수준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년부터 50억개, 70억개, 90억개 수준으로 HBM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량 공급자들이 내년 2배 수준의 생산능력(CAPA) 증설을 계획하고 있고 HBM 가격 역시 어느 정도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물량 상승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매출 성장과 더 빠른 속인 개선에 HBM이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HBM의 높은 판가 상승효과 덕분에 D램 판가가 22센트/Gb로 타사에 비해 소폭 높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황 연구원은 꼽았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 40%, 마이크론 10%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차기 모델을 연이어 출시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HBM(1세대)를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뒤 4세대(HBM3)까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D램 12개를 수직으로 쌓은 12단 적층 HBM3 신제품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