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세계 반도체 시장이 올해 2분기 1년 3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재고 조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칩 수요 역시 빠르게 개선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19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직전 1분기에 비해 4.2% 성장했다. 2021년 4분기 이후 분기마다 하락세를 보이던 시장 규모가 1년 3개월이 지나 처음으로 반등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매분기마다 5~10%의 시장 축소를 지속하다, 2분기에 깜짝 반등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WSTS는 2분기에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들이 매출 성장세를 보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기구가 집계한 15곳의 기업 중 13곳이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는 설명했다. 이 수치 집계에는 TSMC와 같은 위탁생산 기업은 제외됐다.
2분기 성장세를 보인 기업 중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경우 하반기가 더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WSTS는 삼성이 올해 하반기에 수요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SK하이닉스 역시 하반기에 관련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같은 국내 기업의 선전은 하반기에도 재고 문제가 여전할 것이라고 평가받는 인텔이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는 유럽 일부 반도체 기업들에 전망과 대비된다.
WSTS는 2024년에 세계 반도체 시장이 11% 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내년에는 메모리 사업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란 분석도 추가로 내놨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 재고 자산으로 몸살을 앓는 국내 기업들의 반등이 기대된다. 최근 공개된 삼성전자 반기보고서를 보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재고자산은 33조6896억원으로 집계됐다. DS부문은 지난 4월부터 감산에 들어갔지만 재고자산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증가폭이 둔화된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4 D램과 구형 낸드플래시 등 레거시 메모리 반도체 위주로 감산을 진행 중이며, 이들은 하반기에도 감산을 이어가는 동시에 부진이 두드러지는 낸드는 감산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증가폭은 지난해 3분기 약 23%였으나 올해 2분기에는 약 5%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감산을 이어간다면 3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재고자산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16조420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8% 늘었다. 다만 SK하이닉스 역시 하반기 5~10% 수준의 낸드 추가 감산을 통해 수익성 보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활황세에 힘입어 메모리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부터 회복된 반도체 칩 업황이 하반기에도 긍정적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