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건설기계 3사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중국 시장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두산밥캣은 북미, HD현대인프라코어는 중동, HD현대건설기계는 인도·중남미를 중심으로 성장성을 이어가기 위해 국가별 맞춤 전략을 펼치는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과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 등 건설기계 3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6.0%, 64.3%, 111.8% 증가했다.
전방산업인 글로벌 건설시장의 둔화 흐름에도 주요국을 중심으로 인프라 투자, 광물 자원 개발 등이 이어진 영향이 컸다. 특히 국내 건설기계업계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이 빠진 자리를 북미 중심의 선진국이 채우면서 실적 전반을 견인했다.
각 사의 매출 성장 대비 영업이익 확대가 유독 두드러졌는데 이는 판매가 인상과 지역·제품별 라인업을 달리한 믹스 개선, 물류·재료비 부담 완화 등을 통해 수익성이 높인 결과로 풀이된다. 두산밥캣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31.6% 늘었고 같은 기간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의 매출 상승률은 11.1%, 13.4%에 불과했다. 영업이익 상승률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3사가 나란히 선전하고 있지만 하반기 이후 건설기계 시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대규모 부양책으로 2021년 급성장했으나 지난해 고점을 이미 지나 올해부터 2025년까지는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실제 올해 전 세계 건설기계 판매대수는 111만대로 예상되는데 2021년(129만대)과 2022년(120만대)보다 적다. 2024년과 2025년에는 각각 105만대, 103만대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북미, 국가 주도로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중동과 인도, 핵심 광물 개발에 나서는 중남미 등을 중심으로는 견조한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건설기계 3사는 이들 국가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주력 판매망과 제품군에 따라 두산밥캣은 북미, HD현대인프라코어는 중동, HD현대건설기계는 인도·브라질에 특히 방점을 찍고 있다.
우선 두산밥캣은 북미 지역 산업차량 수요를 흡수함으로써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이룩하겠다는 방침이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액의 70% 이상이 북미에서 나올 정도로 북미시장에 강하다. 콤팩트(소형) 장비 분야에서의 높은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GME(농업·조경), 지게차 등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두산밥캣은 로고를 기존 ‘두산’에서 ‘밥캣’으로 변경해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부품유통센터(PDC) 추가 설립을 통해 애프터서비스 지원을 확대하는 등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중대형 굴착기 제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인프라 투자 확대의 수혜가 예상되는데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중동 수요 흡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우디는 총사업비 5000억달러(약 645조원) 규모의 미래도시 프로젝트 ‘네옴’을 비롯해 홍해 개발, 키디야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조성 등의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실제 지난해 기초 공사를 시작한 네옴 현장에선 HD현대 브랜드를 단 장비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사우디 내 시장 점유율은 상위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HD현대건설기계의 경우 시장지배력이 높은 인도 시장에서 건설기계 수요가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건설기계는 상반기 기준 인도 굴착기 시장에서 18%의 점유율로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 정부 주도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도로·철도·항만 분야에서만 올해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약 82조원이 투자될 전망이다.
중남미 자원부국의 광산 개발도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광물 채굴 현장에선 초대형 굴착기가 사용되는 만큼 전체적인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