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스페인에서 한 남성이 뉴스 생중계 중인 여기자의 엉덩이를 만졌다가 수갑을 찼다.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스페인 경찰은 전날 생중계를 하던 여기자를 추행한 혐의로 한 남성을 체포했다.
콰트로 텔레비전의 이사 발라도 기자는 당시 마드리드의 한 거리에서 강도 사건을 보도 중이었다.
당시 보도 영상을 보면 발라도 기자가 카메라 앞에서 마이크를 잡는 동안 한 남성이 뒤로 다가와 그의 엉덩이에 손을 얹고서 "어느 채널이냐"고 묻는다.
이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본 뉴스 진행자는 "방금 그 남성이 엉덩이에 손을 댔느냐"고 묻고, 발라도 기자가 "맞다"고 하자 "그 남성을 비추라"고 요청한다.
이에 발라도 기자가 남성에게 "내 엉덩이를 만져도 되느냐. 나는 내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하자 남성은 "나는 만지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 장면을 생방송으로 녹화하던 카메라 기자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남성은 그제야 "미안하다. 엉덩이를 만지려고 한 게 아니었다"며 이번에는 여기자의 머리를 만지고 자리를 뜬다.
스페인 경찰은 이 남성을 성폭력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두 손에 수갑을 채워 데려가는 영상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다.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은 SNS 엑스(옛 트위터)에서 "합의되지 않은 신체 접촉은 성폭력"이라며 "우리는 충분히 이를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스페인에서는 최근 루이스 루비알레스 전 축구협회장이 여자 축구선수 헤니페르 에르모소에게 강제 입맞춤을 한 일을 계기로 스페인 내 마초주의와 여성 차별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루비알레스 전 회장은 지난달 20일 스페인 우승으로 끝난 여자 월드컵 시상식에서 에르모소에게 입맞춤을 했다. 그는 '에르모소의 동의를 얻은 행위였다'고 주장했지만 논란이 불거지고 약 3주만에 사퇴했다. 이를 놓고 욜란다 디아스 부총리 겸 노동부 장관은 스포츠계에 만연했던 남성 우월주의가 루비알레스의 행위를 통해 최악의 형태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스페인 여성들은 지난달 말 마드리드 시내에서 가두시위에 나서 여성 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