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구상채권 급증세에도 절반도 회수 못할듯
1조7000억원 손실 가능성…“악성임대인 끝까지 찾아야”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전세사기, 깡통전세 여파로 인한 전세보증금 대위변제 금액이 폭증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유한 구상채권이 3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상가상으로 이 가운데 실제로 회수되는 금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구상채권은 A가 B의 채무를 C에게 대신 갚았을 때 A가 B에게 돌려받아야 할 채권을 의미한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HUG가 구상권을 보유한 '구상 가능 채권'(이하 구상채권) 잔액은 3조173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6399억원 수준이었던 잔액은 비슷한 수준을 맴돌다 2021년 1조13억원, 지난해 1조7735억원으로 불어난 뒤 올해 들어서도 급증세를 보였다.
이는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대위변제 액수가 폭증한 결과다.
HUG의 개인 대상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대위변제 금액은 2018년 583억원에 그쳤으나, 2019년 2837억원으로 뛴 후 매년 급격하게 늘어나 올해 6월에는 1조3353억원 수준이 됐다.
이처럼 구상채권 규모가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HUG가 채무자에게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절반이 채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6월 기준 HUG가 실제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회계상 구상채권'은 1조4075억원 규모로 산정됐다.
이는 전체 구상채권(3조1732억원)의 44.4%에 그친다.
나머지 1조7000억원 이상은 HUG가 자체 해결해야 할 몫으로 고스란히 남을 가능성이 큰 상태다.
회계상 구상채권은 과거의 실제 구상률(경험률)에 따른 회수율을 바탕으로 추산된 것으로, 원가가 아닌 현행 가치를 기준으로 금액이 측정된다.
지난해까지는 담보 자산 등을 통해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원가 금액으로 회계상 구상채권이 산정됐으나, 올해 1월부터 새로운 보험계약 회계기준인 기업회계기준서 제1117호(보험계약)가 적용된 데 따라 과거와는 산출 방식이 달라졌다.
HUG는 회수하지 못한 구상채권을 상각과 매각, 출자 전환, 채무 면제 등의 방식으로 처리한다.
특히 회수가 어려워 보이는 채권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일부 매각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도 만만치 않다.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HUG는 구상채권 3563억원을 포함한 총 3663억원어치의 채권을 캠코에 매각했는데, 실제 매각 대금은 2억5500만원에 불과해 사실상 상각과 다름없는 결과를 얻었다.
김민기 위원장은 "전세사기 피해가 늘면서 HUG가 임차인에게 대신 갚아준 보증금 비용도 크게 증가해 1조원 이상의 손실을 안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일이 최소화되도록 수사기관 등과 철저히 공조해 사기 범죄자를 찾아 끝까지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