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시장 불확실성에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반대매매 공포가 맞물리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융자잔고와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 모두 하반기 최저치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라면 고객예탁금이 연중 최저치(46조3326억원·3월 22일)를 갈아치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25일 기준 46조534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달 첫 거래일인 지난 4일 52조2467억원 대비 5조7126원이 증시를 빠져나간 셈이다.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벌어진 이후 5거래일 동안에만 1조원이 넘는 예탁금이 감소했다. 이달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3월2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46조원대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 등을 매수하기 위해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에게 맡긴 자금을 의미한다. 언제든 주식시장으로 투입될 수 있어 증시 대기자금이라고 불리운다. 올해 하반기 들어 일평균 투자자예탁금은 51조6222억원으로 10월 들어 50조원을 밑돌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이달 일평균 투자자예탁금은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규모도 하반기 최저치를 찍었다. 25일 신용거래융자 잔고금액은 17조4846억원으로 지난 2월 23일(17조3593억원) 이후로 가장 낮았다. 빚투의 감소세도 증시 대기자금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투자자가 국내증시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이후 내림세를 걸었던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발 고금리, 환율 상승 등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며 코스피 지수는 약 10개월 만에 2300선을 내줬다. 2차전지 관련주의 전반적인 약세도 코스닥 투심을 약화시켰다. 에코프로는 지난 7월26일 장중 153만9000원에서 전날 62만원대까지 내렸다.
여기에 '영풍제지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투심은 더 빠르게 얼어붙는 분위기다. 주가조작 의혹으로 거래가 정지됐던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이 거래 재개 첫날(전날) 하한가를 기록했다. 영풍제지의 경우, 미수금이 5000억원에 달하고 해당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규모도 적지 않아 반대매매에 따른 하한가 악순환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반영되면서 투자 심리가 다시 냉각되고 있다"며 "미국 3분기 GDP 발표를 앞두고 긴축 우려 부각에 금리가 상승하고, 이스라엘 지상군 대규모로 가자지구 급습 소식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주가는 낙폭을 확대했다"고 했다. 이어 "악재에 더욱 민감해지면서 실적 발표에 따라 주가 낙폭을 키우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