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판 돌려차기’ 피해자…“징역 50년 감사한 판결, 남친은 기억 못해”
재활 치료 중인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일명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에서 법원이 이례적으로 유기징역형으로는 국내 최장기인 징역 50년을 선고한 데 대해 피해자 A씨는 “감사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A씨는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구형이 30년이어서 그 이하로 선고될 줄 알았는데 징역 50년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믿을 수 없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건은 지난 5월13일 대구 북구 대학가에서 발생했다. 피고인(28)이 20대 여성 A씨의 뒤를 따라가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흉기를 휘두르고, 제지하는 A씨 남자친구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다.

A씨는 손목 동맥이 끊겼으며, 그의 남자친구는 자상으로 인한 다발성 외상, 그에 따른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11살 수준의 인지 능력이 됐다. 20대 연인의 평범한 일상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는 “저라고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왜 없겠냐”면서 “엘리베이터조차 타지 못했는데,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남자친구를 보기 위해 매일 가족의 도움을 받아 바깥으로 나갔다”고 전했다.

이어 “남자친구는 사건을 기억하지 못했다. 지금도 기억을 못한다. 집에서 사고를 당한 줄 알더라”며 “기억하지 못하면 아예 기억하지 말라고 했다.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 지금 살아 있으니 그냥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만난 지 1년6개월째라고 한다. 사건이 터지기 전 A씨 남자친구는 새벽 시간대 사설 청소업체에서 쓰레기 수거 일을 했다. 환경미화원 시험에 응시하기도 했다.

A씨는 “사건 전 언제나 나를 든든하게 지켜줬던 남자친구는 사건 이후 몸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 바늘 꿰기조차 하지 못한다”며 “오른팔을 많이 다쳤는데 이제는 거의 근육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묻지마 사건’ 피해자들을 위해 법이 제도적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저 같은 피해자가 많다고 들었다. 사실 저는 운이 좋아서 그렇지,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있다”면서 “판사나 재판부에 따라 양형이 왔다갔다 하지 않고 법률적으로 일원화될 수 있도록 법이 보완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피고인은 국선변호사를 사선 변호사로 바꾸며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피고인에겐 진정성이 없었다”며 “가해자 부모 측으로부터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