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기업밸류업프로그램 도입 예고

국내증시 46%…PBR 1배도 못 미쳐

금융업·경기소비재·자동차업 PBR 낮아

상장사 “저평가, 단순 배당뿐만 아니라 규제 영향도 커”

정부의 일본式 주가제고정책 예고에 저평가 상장사들 ‘발등의 불’ [투자360]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일본 정부와 거래소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효과를 보자 금융당국도 국내 상장사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저평가 상장사들의 고민도 깊어지면서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높이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종목 중 주가순자산비율(PBR) 값이 있는 2374곳 중 1097곳이 PBR이 장부상 가치(1배)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상장사 46.2%의 현재 주가가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2022년·2023년 연말만 해도 45.5% 안팎을 나타냈지만 올 연초부터 증시가 내리면서 저평가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PBR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자산 가치로 나눈 개념으로, 1배를 밑돌면 기업의 자산 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다는 뜻이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금융업과 경기소비재의 PBR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업은행 8곳의 12개월 선행 PBR은 0.29배 수준에 그쳤다. BNK금융지주(0.21배), DGB금융지주(0.22배), 기업은행·우리금융지주(0.28배) 순으로 낮았다. 증권사(5곳)과 완성차·자동차부품사(12곳)도 각각 0.46배, 0.56배로 낮았다. 종목별로는 이마트(0.16배), 한국가스공사(0.19배), 롯데쇼핑(0.20배) 등이 저PBR 종목으로 꼽혔다.

이 같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해지자 정부는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통해 “PBR이 낮은 기업은 기업 가치를 어떻게 높일지 공시하게 유도하는 제도를 운용하려고 한다”고 예고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기재하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또 금융위는 거래소와 협의해 상장사 업종별 PBR 비교 공시도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형 밸류업 프로그램의 모델이 된 일본의 증시 정책도 주주 가치 증대에 방점이 찍혔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사는 매출·이익 뿐 아니라 주가도 신경써야 한다”는 기조로 증시 부양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지난해 4월 PBR이 1배 이하인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과 사외이사 의장 선임 등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양호한 지배구조를 갖춘 상장사들을 ‘JPX 프라임’ 지수에 편입시키는 유인책도 마련했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도 주주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를 만든 뒤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내놓을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 1분기 내 기재 형식 등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상장사들의 의견도 수렴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낮은 배당성향이 저평가 요인으로 꼽히지만 철강·기계·금융·유틸리티 등 전통 산업의 경쟁력 하락이나 정부 규제 등 ‘구조적’ 요인과도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은행권들은 배당도 많이 개선했지만 정부가 이자장사 압박을 가하는 등 여전히 규제가 많아 만년 저평가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에서 배당수익률이 저조한 업종은 대부분 성장주가 몰렸다는 특징도 있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해 상반기 기점으로 금융권, 자동차업 등 대부분 기업들이 배당성향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부가 1배 미만인 섹터가 절반을 넘어서면서 극심한 저평가에 노출됐다”며 “배당성향을 개선하고 MSCI 워치리스트에도 등재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